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제 46대 대통령을 둘러싼 두 남자의 승부는 워싱턴 정가만큼이나 뉴욕의 월가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판정승’이다. 올들어 바이든 당선의 핵심 수혜주로 꼽히는 친환경 및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가 트럼프 연임의 수혜주로 예상되는 전통제조업과 금융업종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올린 결과다.
구겐하임은 주식시장이 트럼프와 바이든 중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리서치전문기관 스트라테가스 리서치 파트너스와 협력해 각 후보들의 핵심 수혜주를 선정, 모든 종목에 동일한 가중을 준 일종의 ‘바이든·트럼프 지수’를 산출해 이들의 평균 수익률을 발표하고 있다.
11월 3일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두 후보의 수익률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최근 1거래일, 5거래일, 30일 거래일 전 구간에서 바이든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트럼프 포트폴리오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구겐하임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6월 15일 이후 구간에서 바이든 지수의 수익률은 트럼프 지수의 수익률을 17.2%p 앞섰다”며 “현 시점에서 시장은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알렸다.
반면 트럼프 연임 성공의 수혜주는 주로 금융과 소비재 업종으로 구성됐다.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등의 금융사들과 포드 모터스, 제너럴모터스(GM)과 갭 등 소비재 업종 등이 트럼프 포트폴리 42개 종목 안에 포함됐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기업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을 이어갈 것을 천명했다"며 "증권 업종과 IT, 소비재, 소재 업종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일한 업종 내에서도 대통령 선거의 승자와 패자는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산업재 분야가 대표적이다. 구겐하임에 따르면 바이든은 인프라투자 확대를 약속해 콘크리트 생산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트럼프는 꾸준히 미국 철강 산업의 부활을 공약해온 만큼 미국 대표 철강업체인 US스틸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항공 분야에서도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을 천명한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민간 항공주가, 미군 첨단화를 위해 국방비를 꾸준히 증액해온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록히드마틴 등 군수항공업체의 강세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시장의 분위기나 언론보도와 달리 전세계 주요 펀드 및 기관투자가들의 포지션은 아직까지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와 상원 선거 모두를 압승하는 '블루웨이브'를 예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6년 예상하지 못한 트럼프 당선을 기억하는 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은 11월 3일 직전까지 투자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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