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강원 통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당시에는 척박한 한국농업사 연구에 투신해 《조선후기농업사연구(Ⅰ)(Ⅱ)》 《조선후기농학사연구》 《한국근대농업사연구(Ⅰ)(Ⅱ)(Ⅲ)》 《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 《한국중세농업사연구》 《한국고대농업사연구》와 같은 저서를 냈다.
한국농업사 연구를 집대성한 업적은 지난 2월 ‘김용섭 저작집 1∼9’란 이름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제1회 한국학 저술상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인은 저작에서 18∼19세기 토지대장을 면밀히 분석했고 ‘경영형 부농’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농업의 내재적 발전론을 도출하며 근대성의 기점을 조선 후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수상소감을 통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왜 우리가 전쟁을 해야 하는가'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싶어 역사학을 선택했다”며 “6·25전쟁은 체제 간의 정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선 후기의 체제와 근대체제를 비교하며 그 뿌리로서 조선 시대 농업 문제를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인은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 연세대 연세학술상(1977년), 치암학술상(1984년), 중앙문화대상 학술상(1991년), 국민훈장 동백장(1997년), 성곡학술문화상(2002년), 용재상(2009년), 위당 정인보상(2019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현옥 씨와 아들 기중(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씨, 딸 소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6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