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롯데호텔부산 조리팀 총주방장에 취임한 고졸 출신 요리사 김봉곤 씨(50·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경남 함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2년 군 복무를 마치고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음식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에서 제과점과 중소형 호텔에서 일한 뒤 1997년 꿈에 그리던 롯데호텔부산 조리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군 제대 후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호텔을 바라보다 유리창에 비친 요리사가 너무 멋져 호텔에 취업해야겠다고 다짐한 목표를 이룬 것이다. 그는 “연산동 집에서 매일 버스를 타고 직장을 다닐 때 한창 짓고 있던 롯데호텔부산을 보면서 ‘바로 내가 있을 곳이 여기다’라고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1996년 12월 채용공고가 나자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냈다. 면접을 본 뒤 합격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김 총주방장은 합격통지서를 받고 그동안의 고생이 스치면서 너무 기뻐 아내와 한참 울었단다.
실력을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요리대회에 참가했다. 2001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2등을 했다. 2004년 32세 때는 롯데호텔에서 최연소 나이로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을 취득했다. 당시 롯데호텔에선 한 명만 갖고 있는 자격증이었다. 롯데호텔 체인 내 요리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그는 “하루에 12~13시간씩 연습한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총주방장은 2008년부터 국제대회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 요리대회에서 동메달, 독일 세계요리올림픽 한국 대표로 출전해 20여 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말을 잘 못하는 발달장애아였는데, 금메달을 받았을 때 아들이 길을 잃어도 아빠 이름만 대면 쉽게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학업에도 힘을 쏟았다. 2005년 동원과학기술대 호텔외식조리과(야간)와 평생교육원을 졸업하고 2009년 동의대 외식산업경영학과 석사, 2015년 박사 과정을 마쳤다.
김 총주방장은 “코로나19로 외식업과 호텔업이 어려운 때 조리책임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좋은 시절을 대비하면서 새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요리에 대해 토론하고 새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리팀은 선배들이 공부한 책으로 휴식시간에 공부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항상 꿈과 희망을 품고 열정을 갖고 실천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며 “학교와 현장에서 배운 이론과 실무를 소중히 여기고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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