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株, 리포트 찾기 힘든 '불편한 진실'

입력 2020-10-21 17:25   수정 2020-10-22 02:13

코스닥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바이오 업종이다. 전체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특징이 있다. 시가총액 10위 안에 있어도 리포트를 찾기 힘들다. 특히 신약 개발 업체들은 더하다.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인 에이치엘비는 올해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가 단 3개에 불과하다. 전부 한양증권이 작성한 것으로 대형 증권사 리포트는 없다. 시총 19위 셀리버리와 22위 메지온도 올해 발표된 리포트가 모두 3개뿐이다. 이 밖에 시총 35위 에이비엘바이오는 5건, 49위 차바이오텍도 2건에 그쳤다. 제넥신, 메드팩토, 레고켐바이오 등은 보고서가 10건 이상 나왔지만 다른 종목군에 비하면 숫자가 적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신약 개발 사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통념과 달리 임상시험 단계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대상 환자, 투약 방법, 투약 기간 등 ‘임상 디자인’을 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는지 단서가 나온다는 얘기다. 예컨대 신라젠의 경우 임상 중단 전에 문제 신호가 곳곳에서 나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문제를 감지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한다. 임상 과정에서의 증거를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주주들의 거센 항의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확신이 들지 않는 기업은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망 바이오주가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시판이 허가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임상 과정이 1상→2상→3상→판매허가 등 4~5단계를 거치면 끝난다. 하지만 글로벌 빅파마는 수십 개의 과정을 거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2상이 미흡하면 다시 1상으로 돌아가고 단계별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등 임상 단계부터 약의 상품화를 위해 완벽을 기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신약을 실제로 출시해본 임상 전문가가 많지 않고, 창업자들도 리서처보다는 교수 출신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에 투자할 때 △기술수출 실적 △신약 임상 단계 △연구개발(R&D) 인력 △기관 투자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도 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재무적 기준을 적용하면 글로벌 제약사 대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바이오주는 가치평가 분석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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