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했다. 이들이 서로 다른 백신을 맞은 데다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방역당국은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독감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접종을 기피하는 ‘독감 백신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는 21일 오후 11시 기준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원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망 사례가 10건 신고됐다고 발표했다. 인천에 사는 고교생(17)이 지난 14일 백신을 맞고 16일 사망한 데 이어 서울 경기 전북 전남 대전 제주 대구 등지에서도 60~90대 고령층이 독감 백신을 맞은 뒤 1~2일 만에 사망했다. 서울에서는 17일 유료 백신을 맞은 53세 여성이 20일 사망한 사례가 새롭게 보고됐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보고된 시·도는 서울 경기 대구 인천 대전 경북 전북 전남 제주 등 아홉 곳으로 늘었다.
질병청은 21일 국내 예방접종 전문가 등이 참여한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올해 독감 백신 예방접종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의 사망과 예방접종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백신과의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 간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방역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네 살과 두 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3)는 “22일에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려고 했는데 사망 소식이 연이어 들려 찜찜한 마음에 예약을 취소했다”며 “차라리 독감에 걸리는 게 낫겠다 싶어 올해는 독감 백신을 안 맞을 생각”이라고 했다. 일선 의료기관을 찾는 독감 백신 접종자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지현/양길성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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