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맞은 뒤 고령자 등 사망 사례가 나왔지만 예방백신은 계속 맞아야 한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21일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1일 고령자, 임신부, 기저질환자, 소아, 의료종사자가 독감 백신 접종을 하도록 강력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올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고위험군은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같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별다른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보여 백신에 독성물질이 있다는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2명은 급성기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들을 제외하면 특이반응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나필락시스는 백신을 맞거나 약을 복용한 뒤 발생하기 쉬운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 직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대구 지역 사망자의 사인이 질식사로 확인되면서 아나필락시스 쇼크 의심 사례에서는 제외됐다.
사망자 중 5명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평소 앓던 질환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망자와 같은 병원에서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 중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에서 20일 LG화학의 플루플러스 테트라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78세 남성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 97명 중 7명이 통증 등 이상반응을 호소했다. 이 사망자가 맞은 백신과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국에 5만7085명이다. 이들 중 추가로 이상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말이다. 지난달 25일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나란히 독감백신을 맞은 뒤 26일 사망한 86세 노인과 28일 사망한 88세, 29일 사망한 91세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모두 고령인 데다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독감 접종과 사망 간 연관관계가 없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독감 접종 후 신고된 사망 사례가 많았다. 독감 백신 유통과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줬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된 사람은 매년 2명이었다. 모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없었다.
신종플루가 유행해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2009년에는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로 신고된 사람이 8명으로 비교적 많았다.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확인돼 피해 보상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근력저하 증상으로 밀러피셔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입원 치료 중 폐렴으로 2010년 사망한 65세 여성이다.
정부의 대처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수차례 독감 백신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마다 질병청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일부 백신을 수거하는 행동을 반복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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