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오는 30일 LG화학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될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찬성 의견을 낸 것과는 반대의 행보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날 낸 '2020년 LG화학 임시주주총회 안건 의견'에서 "회사가 택한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해 소수주주의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디스카운트'(할인)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앞서 LG화학은 전문사업 분야로의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해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오는 12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5년(2015~2019년)간 자회사를 자회사를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상장사 중 한 개의 상장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44개사를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 후 12개월간 시가총액의 측정이 가능한 39개사 중 24개사(61.5%)의 시총 증가율이 자회사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후 18개월로 기간을 늘렸을 때는 36개사 중 27개사(75.0%)에서, 24개월의 경우에는 26개사 중 16개사(61.5%)에서 모회사 시총 증가율이 자회사 증가율에 못 미쳤다. 물적 분할 이후 모회사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인적분할은 소수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처분권을 가질 수 있지만 물적분할 시에는 지배주주가 독점하게 된다"며 "분할 신설회사에 대한 경영 통제 수단 상실, 존속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배당 등도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택한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여 소수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며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에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LG화학이 제시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훼손을 상쇄하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LG화학은 지난 14일 공개서한을 통해 배당 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고, 향후 3년 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에 대해 "최근 5년간 평균 배당 성향(32.3%) 및 평균 주당 배당금(4700원)을 고려하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발생할 주주가치 훼손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서스틴베스트와 달리 모두 LG화학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신설 법인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 전체의 성장성을 높일 수 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새로운 배당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주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의결권 자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부분 의결권 자문사들이 '찬성' 의견을 권고하면서 오는 LG화학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이 승인되려면 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 지분율은 △LG 30.06% △국민연금 10.28% △외국인 투자자 38.08% 등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체로 다수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 권고한 사안에 대해선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며 "이번 안건의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안건에 한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 측은 아직 구체적인 수탁위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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