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00억엔(약 5조38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ANA는 앞으로도 여객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유 항공기를 10% 정도 매각하고, 국제선 노선을 하네다공항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ANA의 모회사인 ANA홀딩스는 오는 27일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상반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5000억엔 안팎의 순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기록한 573억엔 손실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ANA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는 것은 4~8월 국제선과 국내선 탑승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 84%씩 줄어든 탓이다. 정부의 여행 장려 프로그램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효과로 10월 국내선 탑승자수는 50% 이상 회복됐지만 국제선 탑승자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율은 6월말 34%로 1분기만에 7%포인트 떨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에 대비해 ANA는 주거래 은행 등으로부터 1조350억엔을 차입해 약 1년 가량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이와 별도로 정책금융공사 등을 대상으로 4000억엔 규모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진행하고 있다.
자금 및 자본조달과 함께 대규모 비용절감 방안도 내놨다. ANA는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연수입의 약 30%를 삭감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또 앞으로 국제선 노선이 다시 열리더라도 하네다공항 발착 노선의 재개를 최우선시할 계획이다. 국제선 노선을 하네다공항으로 몰아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NA가 보유 항공기 260대 가운데 대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25~30기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더라도 정기점검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ANA가 자금 조달 뿐 아니라 사업의 구조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수습돼도 이전의 '항공업 황금기'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히메노 료타 JP모간 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연 등으로 인해 국제선을 중심으로 수요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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