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은 22일 3.32% 오른 5만1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초 이후 상승률은 19.1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15%)나 택배업계 경쟁사 CJ대한통운(-4.23%)에 비해 많이 올랐다. 외국인이 월초 이후 9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에 기관도 38억원어치를 샀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한진 주가 상승의 원인을 ‘밸류에이션 매력’에서 찾고 있다. 최근 한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8배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평균(12.7배)과 운수창고 업종 평균(23.5배), 경쟁사 CJ대한통운(29.2배)보다 낮다. 한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1년 전 1037억원에서 최근 1122억원으로 8.2% 상승해 같은 기간 CJ대한통운 개선폭(0.4%)보다 월등히 많이 올랐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진 주가는 최근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부진했다. 한진은 지난 7월 CB를 200억원어치 발행한다고 공시했고, 8월에는 10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에 크게 상승한 한진 주가는 이들 공시가 나온 뒤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CJ대한통운은 17.16% 올랐지만 한진은 3.09%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오자 그동안 낮아진 밸류에이션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193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난달 8778억원 순매도에서 돌아섰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지분가치 희석 우려보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과 KCGI가 한진을 놓고 지분확보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다. 조 회장 측이 대주주인 한진칼은 지난 12일 한진의 신주인수권증서 9만여주를 장외에서 샀다. KCGI가 지난 2분기에 한진 지분율을 크게 줄였지만, KCGI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경방은 한진 지분율을 높였다. 이 때문에 조 회장으로서는 아직 안도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많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