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신차 출시와 함께 판매량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 '아이오닉 5(코드명 NE)', 기아차의 'CV', 쌍용차의 'e-모션' 등이 내년에 출격 예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국내 완성차 5사의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1만3505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842대에 비해 40.9% 감소한 수치다. 3분기만 두고 보면 올해 판매량은 4381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48.3% 급락했다.
올해 9월까지 현대차 코나 EV는 7061대가 팔려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36.5%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 니로 EV도 2621대가 팔리며 -53.4%의 감소폭을 보였다. 쉐보레 볼트 EV 1462대(-38.1%), 현대차 아이오닉 1274대(-22.9%), 르노삼성 SM3 Z.E. 661대(-4.9%), 기아차 쏘울 EV 298대(-78.4%) 등 모든 차량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수입차도 테슬라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인 모델3를 앞세워 올해 국내 시장에서 1만51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테슬라 열풍에도 아우디는 지난 7월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 55 콰트로를 601대 판매하며 올해 물량 완판에 성공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전기 SUV EQC 4매틱은 333대 판매에 그쳤고 푸조가 출시한 e-208과 e-2008도 각각 76대, 44대 팔리는데 머물렀다. 유럽에서 테슬라를 물리쳤다며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선보인 조에도 136대 판매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 연이은 국산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불안 고조로 당분간 전기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는 당초 올해 전기 승용차 6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우선 편성하며 당초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부의 국고보조금과 지자체가 자체 보조금을 연계해 지급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지자체들이 코로나 대응 예산을 급격히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고, 지자체 보조금이 바닥나자 이와 연계한 국고보조금 지급도 중단된 것이다.
올해 5632대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면 서울시는 5132대에서, 7961대에 보조금을 주려던 제주도는 1600대에서 보조금 지급을 마감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하며 약 1000만원 가량을 추가 지불해야 하기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로 구매를 미루는 원인이 된다.
잇따라 국산 전기차에서 화재 소식이 이어진 점도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다. 현대차 코나 EV는 2018년 출시된 이후 국내 10건, 해외 4건 등 총 14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지난달 26일 제주도와 지난 4일 대구, 지난 17일 경기 남양주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EV에서 불길이 솟았다. 현대차와 LG화학 등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보조금 지급이 재개되고 신형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에나 판매량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E-GMP)을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는 내년 초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인 아이오닉 5(코드명 NE)를 선보이고 2022년 세단형 아이오닉 6, 2023년에는 대형 SUV인 아이오닉 7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기아차도 내년 중순 화성공장에서 전기차 전용 모델 CV를 생산해 2027년까지 7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도 내년 상반기 준중형 SUV 코란도를 바탕으로 하는 전기차 e-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정부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이미 충족한 친환경 차량으로 등록됐고, 4000만원대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신차들이 출시되고 보조금 지급 재개와 맞물려 기존 모델들의 프로모션이 강화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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