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중요정보 은폐, 자사주 집중매입 등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재판이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정식재판 전에 진행하는 준비기일 절차를 두 번만 잡겠다고 하며 재판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의 요지를 따로 읽지 않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짧게만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신속,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본 사건은 사회적, 경제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며 "공판은 주 2회 지정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부정한 수단 또는 계획을 사용해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조항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재판부는 "(어떠한 행위가 어떠한 조항을 위반했는지) 각 호별로 특정돼야 하는데 한꺼번에 돼 있어 판단하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이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의문이다. 필요하다면 검찰측에서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10명의 검사와 15명 남짓의 변호사들이 출석해 법정이 붐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선임한 법무법인이 중복돼있다"며 "앞으로 피고인별로 생각하겠다. 피고인 한 명에게 필요한 서류가 복사 완료됐으면 복사된 것으로 간주하고 법무법인별로 생각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질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일관되게 2015년 합병은 정당한 경영활동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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