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 중고차 거래는 195만712건 이뤄졌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03만5708건(53.0%)은 개인 간 거래로 등록됐다. 중고차 거래 대부분이 업체의 중개로 이뤄지는 현실과 차이가 있는 통계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업자들이 거래를 성사시킨 뒤 세금 회피를 위해 개인 간 직거래로 위장해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며 “개인 거래로 등록된 건수 대부분이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업자의 알선거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는 거래 알선수수료를 받으면서 법인세나 소득세 등을 탈루할 수 있고, 구매자는 거래 금액을 축소 신고해 취득세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편법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중고차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국의 개인 거래 비중은 29.4%(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독일도 개인 거래 비중이 33% 수준(2018년 기준)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가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실토한 적도 있다. 한 중고차 관련 조합 관계자는 2015년 당시 정부의 조세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인 간 거래 중 90% 이상이 조세피난을 목적으로 한 위장거래”라고 주장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2018년 위장거래 적발 시 해당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중고차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맞았지만 이런 편법 관행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9월 중고차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84만8322건) 대비 5.5% 늘었다. 연간 거래 건수는 사상 최대 규모(약 260만 건)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이나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거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종의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렵다는 중고차업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을 때 새로운 참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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