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갈팡질팡하는 당신에게

입력 2020-10-22 18:02   수정 2020-10-23 08:48


가을이 되면 다들 말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큰마음 먹고 서점에 들어섰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책장은 높게만 보인다.

도대체 무엇을 읽어야 할까. 지도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헤맨다. 그렇게 책 읽기를 다시 포기하기 직전, 독자를 다시 책 앞으로 불러낼 신간 3권이 나왔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한승혜 작가가 국내 베스트셀러 28권을 읽고 쓴 서평이다. 도합 1400만 부, 평균 50만 부가 팔린 초대형 히트작들에 대해 ‘매우 솔직한 독후감’을 쏟아낸다. 200만 부가 넘게 팔린 《언어의 온도》에 대해선 “글쓰기 강의보다 마케팅이나 세일즈 강의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이라고 ‘돌려 까기’를 날린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이건 굿즈지 책이 아니다”고 혹평한다.

저자는 “읽고 별로였던 책은 읽지 말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고도 알려준다. ‘맘 카페 베스트셀러’, 출판사들의 ‘카드뉴스’ 제작 과정도 소개한다. 또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라는 보장을 해 주지 않는 것처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문구 역시 ‘잘 팔렸다’는 것 외에 그 책에 대해 무엇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는 번역가이자 편집자인 이수은 작가의 독서 에세이다. 그리스 고전부터 현대 소설까지 총 52권을 소개한다. 《일리아스》 《논어》 《아라비안나이트》부터 시작해 현대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정한 감정이 가슴에서 일었을 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안내하는 ‘맞춤형 서비스’ 형식이다. 회사에 사표를 쓰고 싶다면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으라고 권한다. 남에게 욕을 퍼붓고 싶을 때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애나 번스의 《밀크맨》,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스스로 돌아보라고 넌지시 말한다.

《북킷리스트》는 최근 서점가 ‘순위 역주행’을 이끌었던 tvN ‘책 읽어드립니다’의 방송작가 홍지해·김나영·김문주·정윤서 4명이 ‘진짜 책을 내서’ 스테디셀러를 소개한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팀 마샬의 《지리의 힘》 등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어려워 보이는 ‘벽돌책’ 12권을 뽑았다.

저자들은 “가능하면 방송에서 소개하지 않은 밀리언셀러, 혼자 읽기 어려운 책, 지금 이 시대에 의미 있는 책을 기준으로 12권을 선별했다”고 밝힌다. 또 “스토리텔링형 서술이라 머리 안 아프게 단숨에 읽힌다”며 “책과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담았다”고 자부한다.

독서 큐레이션형 책이 나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갈팡질팡 망설이는 독자에게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책 읽기란 무한의 공간에서 무조건적인 목적지만 고집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책을 고르고, 고민하는 능동적 재미를 타인에게 떠밀어 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이 생각마저 낡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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