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시장에서 대형 투자건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초기단계(엔젤, 시드)투자보다 기존 투자기업에 재투자하는 식의 팔로업(후속)투자도 늘었다.
삼정KPMG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 벤처투자 현황을 정리한 '2020년 상반기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본 유망 산업 및 기업 분석' 보고서를 22일 발간했다. 연초 코로나19 발발이 벤처투자 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투자 트렌드를 전망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1조 6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전체 벤처투자 거래 건수는 161건이었다. 이 가운데 1000억원 이상 대형 투자건은 1건에 불과했다. 작년 상반기 1000억원 이상 투자 기업(4개)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20억~100억 사이 소규모 투자건이 97건으로 전체의 60%에 달했다.
산업군별로는 △유통·커머스 △헬스케어·바이오 △소프트웨어·솔루션 △모빌리티 △게임·미디어·컨텐츠 순으로 벤처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상반기 대형 투자 사례로는 컬리(2000억원), 베스핀글로벌(900억원), 번개장터(560억원), 에스엠랩(520억원)등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2분기 중 급격한 침체를 겪었다. 투자 금액은 62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투자 건수는 4502건으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3분의 1 가량 감소했다했다. 엔젤 및 시드 투자 등 초기 투자가 주로 급감했다. 엑시트(투자회수)거래 역시 2019년 1062건에 달했지만 2020년 상반기 기준 376건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상당수의 벤처캐피탈(VC)투자사들이 신규 펀드를 조성하거나 신규 투자를 위한 딜 소싱을 하기 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기투자 기업 지원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향후 주목할 만한 글로벌 벤처투자 트렌드로 △중국 및 신흥국에 몰리는 에듀테크 △음식 및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 △유전자 치료 및 마이크로바이옴 △△승차공유 서비스와 모빌리티 기술 △핀테크 유니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소프트웨어(SaaS), △미국 중국 중심의 프롭테크 △숏폼(Short-fomr)동영상 스트리밍 등을 제시했다.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전무)는 "코로나 사태로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업 전망이 유망한 이른바 '알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인 벤처투자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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