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몇 달 간의 수십 차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뺏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가 최종 패배했을 때도, 그는 여론조사 결과대로 전체 투표수에선 트럼프를 여유있게 앞섰습니다.
선거인단이란 독특한 선거 제도(주별로 배정된 선거인 총 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에선 경합주 향배가 중요합니다. 대선 때마다 갈대처럼 움직이는 표심 때문인데요, 북부의 러스트벨트 3곳(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남부의 선벨트 3곳(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입니다.
이 중에서도 핵심 지역은 플로리다입니다. 트럼프가 1년 전 굳이 주소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이런 상황에서 사전 투표자는 22일 기준 48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대선 열기가 워낙 뜨거워 전체 유권자의 65%인 1억50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벌써 3분의 1이 차기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사전 투표율이 높을수록 바이든엔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정책은 상당히 대비됩니다. 둘 다 통화 완화 및 저금리 기조를 선호한다는 점은 같지만 조세 정책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추가 감세를 약속한 반면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지요. 애초 경제계에서 바이든 당선을 우려했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바이든은 구글 페이스북 등 독점적 기술기업의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자국 제조업 중심의 경제 운용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강경합니다. 다만 중국 입장에선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이 훨씬 나은 상대일 듯합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바이든이 글로벌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고, 또 이쪽 부문을 각별히 챙길 것이란 점에서 중국 리스크가 추가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두 후보의 외교 정책인데요, 트럼프가 재선되면 기존 노선이 바뀌지 않겠지만 바이든 당선 땐 많이 달라질 겁니다. 특히 대북 외교가 그렇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쉽게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의 실리 외교를 추구하고, 자신의 치적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 김정은과 서슴없이 대화에 나섰습니다. 반면 바이든은 ‘바텀 업(bottom-up)’ 방식을 선호합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확실한 성과 예측이 있다고 판단해야 정상 간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해 왔습니다. 세계 최악의 반인권 국가인 북한에 대한 반감이 공화당보다 큽니다. 명분 역시 중요합니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의 역사를 보면, 민주당 정권 때 훨씬 많았던 게 대표적인 예이죠. 이런 점에서 바이든 당선 때 ‘북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먼저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 짚어주시죠.
오늘(22일) 뉴욕 증시는 전체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다우와 S&P 지수가 0.5% 올랐고, 나스닥도 0.2% 상승 마감했습니다.
경기 부양책을 놓고 미국 정부와 민주당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 다시 낙관론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협상과 관련해) 거의 다 왔다”고 발언했습니다. 부양책은 결국 시행이 되겠지만,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전에 타결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오늘 발표된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는 호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테슬라가 역대 최대의 분기 매출과 5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어제 장 마감 후 발표했는데요, 테슬라 주가는 오늘 0.75% 올랐습니다. 오늘 실적을 발표한 코카콜라와 AT&T 등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아서 주가가 뛰었습니다.
지난주 미국 실업급여 청구자가 80만 명대 밑으로 내려온 78만 명이었는데요, 이것이 투자 심리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실업급여 청구자는 지난 8월 중후반 이후부터 80만~90만 명을 기록해 왔는데, 지난주를 기점으로 고용 시장이 조금씩 회복하는 징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질문2> 추가 부양책이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 뉴욕에 코로나 수수료가 등장했다고요.
지난 17일부터 뉴욕시 전체에서 시행된 새로운 제도입니다. 식당이나 카페, 주점 등에서 음식을 시키면 주문 가격에 뉴욕시 판매세 8.9%가 붙는데요, 여기에 추가로 코로나 수수료 10%가 또 부가되는 겁니다. 음식값의 20%가량을 팁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메뉴 가격 대비 40% 정도를 더 내야 하는 겁니다.
코로나 수수료는 올해 타격이 큰 접객 업종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달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서 시행됐는데요, 배달이나 포장 주문엔 적용하지 않습니다. 현재 실내 영업이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25%로 제한돼 있는데, 실내 식사가 완전히 가능해 지더라도 3개월 간 코로나 수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직후부터 반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음식 물가가 갑자기 10%씩 뛰니까,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더 안 가게 될 거라는 분위기가 있고요, 종업원들은 또 자신들 팁이 줄어들까봐 반대한다고 합니다.
미식가의 천국으로 불려온 뉴욕 식당가 상황은 심각합니다. 전체 2만5000여 개 중에서 이미 2000곳 정도가 부도를 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관련 협회에서 최근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64%가 재정 지원 없이는 연말쯤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뉴욕 전체에선 코로나 환자가 하루에 1500명 안팎 발생하고 있어서,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질문3> 다음 주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이슈를 종합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향후 뉴욕 증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변동성도 매우 커질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4가지를 주시해야 합니다.
우선 미국 대선의 직전 주입니다.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여론조사에서 밀렸던 트럼프가 실제 투표에선 전체 선거인단의 57%를 확보해 당선된 적이 있습니다.
누가 되느냐, 또 어떤 표 차이로 승리하느냐가 전체 지수는 물론 개별 종목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표 차이가 왜 중요하느냐면, 트럼프의 불복 가능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양책 협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조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확정되면 시중에 이 만큼의 돈이 풀리는 것이어서 증시엔 큰 호재가 됩니다.
다음주엔 주요 기업 실적도 쏟아집니다. 뉴욕 상장기업 중 1000개 넘는 곳이 5일 간 3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특히 기술기업들 실적이 나옵니다. 다음주 화요일인 27일에 마이크로소포트와 3M, 28일 보잉 GE, 29일 애플 아마존 알파벳, 30일 엑슨모빌 셰브론 셸 등 에너지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 지표도 중요한 게 나오는데요, 바로 29일로 예정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분기별 GDP를 전 분기 대비로 발표하는데요, 2분기에 -31.4%였기 때문에 3분기엔 30% 이상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 예상치는 31.8%인데요, 예상치와 얼마나 차이 나느냐가 증시 향방엔 중요합니다.
다른 경제 지표로는 10월의 소비자 신뢰지수(27일)와 9월의 개인소득·소비지출·인플레이션(30일) 등이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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