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와 서울시의 마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서초구의 세금 감면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화해온 지방세(재산세)를 관할 지자체가 일부나마 완화해 보려는 시도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 새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급등한 주민들을 고려하면 박수받을 일이다. 서울시가 기초단체의 이런 시도를 존중하기는커녕 원천봉쇄하려 드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어떤 식으로 협력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워나갈 것인가다. 시·도와 시·군·구는 보완관계이지, 직접적으로 감독·지시하는 상하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지방자치법은 기초의회의 의결이 법령을 위반할 가능성에 대비해 광역단체 등에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권을 주고 있지만, ‘상징적·제한적 견제장치’일 뿐이다.
서울시가 끝내 이번 일을 대법원에 제소하고, 대법원이 서울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서초구는 법원의 본안 판단(법률 위반 여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주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초구 의회의 개정조례가 지방세법에 규정이 없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라는 과세표준을 새로 지정해 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지만 보다 큰 흐름과 문제의식은 놓친 ‘트집잡기’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지방세법에는 9억원이란 과표 기준이 없지만, 소득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에는 줄줄이 9억원이 기준으로 명시돼 있다.
서울시도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는 ‘을(乙)’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주택공급용 그린벨트 해제가 중앙정부(국토교통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대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때 외쳤던 자치행정권은 어디로 갔나. 무엇보다 서초구민도 엄연히 서울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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