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는 지난 15일 증시에 입성했다. 환호는 잠깐이었다. 상한가에 머문 시간은 2분. 이후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현재 공모가(13만5000원)를 향해 추락 중이다. 23일 종가는 17만2500원. 첫날 상한가에 산 투자자는 손실률이 50%가 넘었다.
화가 난 투자자 중 한 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작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요 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 판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주들이 판 주식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지 않아 첫날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개미들이 모두 받아갔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대주주 매도와 관련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메인스톤과 스틱은 상장 이전 프리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 메인스톤 같은 프리IPO 투자자들은 풋옵션과 이사회 자리를 받고, 공모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하는 게 관례다. 메인스톤보다 앞서 2018년 빅히트 지분 12%를 산 스틱의 주당 매입가격은 3만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스틱이 보유한 빅히트 지분 가치는 5353억원. 앞서 차익실현한 금액을 포함한 스틱의 수익률은 최소 473%에 달한다. 호반건설 등이 투자한 이스톤1호는 지난해 250억원의 자금에 인수금융을 합친 약 500억원을 들여 빅히트 지분 2.2%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톤1호는 이 중 1.1%를 매각해 885억원을 현금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상장 직후 대주주들이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들이 빅히트 등기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지난해 이스톤1호와 메인스톤의 실소유주인 양준석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와 스틱 관계자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 이익을 챙긴 것은 사실상 작전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상장 직후 폭락을 주도한 메인스톤이 갖고 있는 나머지 지분도 언제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 과정에서 무리한 공모가 산출과 불투명한 정보공개로 주가가 고평가되게 한 빅히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빅히트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손익 구조와 재무 상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수했다. 또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사용하지 않는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방식을 채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가 산정을 둘러싼 논쟁은 오래됐다. 과거 공모가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조정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모가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지금은 회사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빅히트 상장과 주가 하락으로 이 오래된 논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