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 시사 발언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새벽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물난을 호소했던 야당은 새로운 대선 잠룡을 반기면서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겠느냐”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하루종일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던 윤 총장이 일순 복잡한 속내를 들킨 느낌을 받았다”며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이 확 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수사팀장 등 굵직한 비리 사건에서 강직한 검사상을 보여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몰아세우던 지난 1월 한 여론조사에선 대선 후보 선호도가 10.8%까지 올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32.2%)에 이어 2위였다. 이날 국감에서 “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는 답변에는 야권 지지층이 크게 호응했다. 윤 총장이 대선판에 들어오면 곧바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야권 내 대선 후보 경쟁자로 윤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직에 있고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할 정치 중립성이 있는 사람들의 정치 가능성을 언급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이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드시 정치하겠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검찰 한 관계자는 “‘퇴임 이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고민하겠다’는 말은 고위공직자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반론적인 발언”이라고 정계 진출 가능성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다른 현직 검사도 “퇴임 이후 거취를 고민할 겨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총장이 정치판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면 무조건 검찰을 떠나야 하는 현 상황에선 이후 진로를 두고 다양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 총장이 변호사로 개업해 돈을 벌고 싶어하는 스타일도 아니다”고 했다.
좌동욱/이인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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