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쉐보레 콜로라도가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분변경 모델인 리얼 뉴 콜로라도를 시승 후 내린 결론이다.
할인도 없이 매달 400~500여 대씩 팔린다는 소문의 콜로라도 후속 모델을 타고 인천 영종도 오성산을 달려봤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이란 장르를 국내에 알린 모델로 꼽힌다. 그전에도 국내에도 픽업트럭이 출시됐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기대 '짐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SUV'라고 홍보해야 했다. '아메리칸 정통 픽업트럭'을 내세운 쉐보레 콜로라도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픽업트럭은 비로소 SUV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픽업트럭을 전면에 내세운 쉐보레 콜로라도의 성적도 준수하다.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3666대가 팔리며 쉐보레를 수입차 상위 브랜드로 만들었다. 재고 소진과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맞물린 8월과 9월 다소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본격적인 물량 공급이 시작되면 다시 높은 판매량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 모델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더해 젊고 강렬한 외관과 첨단 편의사양을 더했기 때문이다.
시승 차량은 리얼 뉴 콜로라도에 새롭게 추가된 최상위 트림 Z71-X이다. 이전보다 더욱 강인한 모습을 갖추고 안정적인 내리막길 주행을 돕는 힐 디센트 컨트롤과 파워트레인 주요 부위를 보호하는 트랜스퍼 케이스 쉴드를 제공한다.
리얼 뉴 콜로라도 Z71-X는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을 위아래로 나누던 은색 크롬 라인이 블랙 그릴과 같은 색상으로 바뀌며 이질감이 사라졌다. 범퍼 색상도 그릴과 통일감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이 범퍼까지 크게 확장된 느낌을 연출해 더욱 강한 인상을 자아낸다. 노란색으로 빛나던 쉐보레 엠블럼(옐로우 보타이)도 검은색으로 바뀌며 세련된 멋을 더했다.
뒷면 트렁크 문에는 영문으로 큼지막하게 쉐보레라는 음각이 들어갔다. 전면에는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담으면서 후면에는 100년이 넘는 픽업트럭의 역사를 담아냈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이다. "콜로라도는 승용차가 아닌 트럭"이라던 GM의 시각을 반영한 듯 투박한 실내는 여전했지만, 첨단 편의사양도 소소하게 자리잡았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후방 카메라, 리모트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고 엉성한 면도 있다. 리모트키를 지원하지만 버튼시동은 제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국내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부분이 147.7x68.7mm 크기인 갤럭시S9+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았기 때문이다. 146.7x71.5mm 크기인 아이폰12 역시 길이 때문에 무선충전을 사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리얼 뉴 콜로라도는 오프로더의 면모를 드러냈다. 미국 황무지를 연상시키는 오성산 미개발지에서 리얼 뉴 콜로라도는 바위가 쌓인 울퉁불퉁한 길을 흔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아주 쉽게 통과했다. 정면에 벽이 서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35도 경사의 언덕도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자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 토크 38kg.m를 지원하는 리얼 뉴 콜로라도는 그대로 한 번에 언덕을 올라갔다.
오지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차가 빠져 고생하는 모습을 봤던 진창도 부드럽게 꿀렁이며 통과했고, 4개 바퀴 중 대각선으로 2개 바퀴가 계속 빠지도록 구덩이를 판 범피 코스도 구멍을 판 이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쉽게 빠져나왔다. 여느 SUV라면 어려움을 겪었을 코스였지만, 콜로라도에게는 너무 쉬웠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차량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도 험지에서 질주할 수 있었다. 바퀴가 절반 이상 잠기는 개울 앞에서 리얼 뉴 콜로라도에 트레일러를 장착한 뒤 풀악셀을 밟았다. 콜로라도는 짐을 달지 않은 것 마냥 물보라를 일으키며 개울로 달려들었다.
좌우로 거칠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급정거를 하더라도 트레일러로 인한 부담은 느낄 수 없었다. 무거운 짐을 적재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토우·홀 모드,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이 포함된 차체 제어 시스템이 트레일러의 스웨이(차가 물고기 꼬리처럼 흔들리는) 현상을 막아준 덕이다.
한편, 리얼 뉴 콜로라도 가격은 스트림별로 3830만~4649만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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