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내엔 국내 최초 의자형 전신마사지기, 손마사지기, 발마사지기를 개발해 '메디니스'브랜드로 알려진 28년 전통 마사지기 제조기업 ㈜미래바이텍 본사가 있다. 본사에 있던 공장은 2017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생존 위기에 처하자 부랴부랴 중국 광동성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내년 다시 일부 생산시설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수원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축해 내년 1~2월부터 신제품을 이곳에서 생산하게 된 것이다. 4년만에 단계적 리쇼어링에 들어간 것이다.
김락기 ㈜미래바이텍 대표이사 사장은 "중국 생산 비중이 90%로 국내 생산 비중이 10%밖에 안됐지만 앞으로 신제품 양산은 한국에서 도맡게되고, 국내 생산비중도 50%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리쇼어링으로 국내에서 50~100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美고객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납품해달라”
김 사장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 배경은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더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 생산 제품)'를 선호하지 않게 되면서부터다. 김 사장은 "미국내 씨어스백화점이나 홈쇼핑업체 QVC 등 중산층이상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채널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제품 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공장을 이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내 매출 비중이 70%가량인 ㈜미래바이텍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북미 수출시장이다. 안마기의 주요 고객군은 중산층이상 상위층과 고령층이기 때문에 미국내 백화점과 홈쇼핑채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 미국내 반중 정서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인 화웨이와 ZTE 등이 기술 유출 우려로 판매가 중지된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양당 후보 모두 중국 제품 수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여론에 편승해 2018년부터 중국 제품에 '폭탄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 80%에 대해 10~25%가량의 추가 관세가 붙고 있다. 한 무역 전문가는 "미국내 저소득층은 여전히 값싼 중국 제품을 선호하지만 중·상위계층은 확연히 중국제품 소비가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경쟁사인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이 모범적인 방역 국가로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프리미엄'으로 '메이드 인 코리나'제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반면 중국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중국내 국내 중소기업은 1만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기업 유턴법(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지난 8월까지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80개로 대부분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중소기업이다. 그렇다고 중국내 생산기지가 있는 국내 기업들이 모두 '국내 유턴'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각종 인증 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 환경은 여전히 안좋다"며 "리쇼어링 대신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을 택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밝혔다.
◆28년 안마기‘외길’…中 장벽 넘기까지…
㈜미래바이텍은 4년전 원가 절감과 하청업체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야 했지만 중국 기업은 최대 경쟁상대이자 넘어야할 장벽이었다. 28년간 안마기만 개발하고 판매해온 이 회사는 2004~2005년 중국산 불법 복제(카피)제품 때문에 한차례 도산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의자형 전신 안마기를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손마사지기, 목어깨 마사지기, 손목 마사지기에 이어 최근 부츠형 발관리기까지 모두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제품만을 만들어낸 그는 보유한 특허만 2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중국의 카피 제품 출현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출시 3개월 만에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똑같은 기능의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매출이 급락한 것이다. 엎친데덥친격으로 국내 가전 유통업체들이 중국산 안마기를 국내에 경쟁적으로 들여오면서 위기는 가중됐다. 김락기 사장은 “당시 내부적으로 불량 제품이 발생해 전량 폐기처분하는 등 고난이 연달아 닥쳤다”며 "공장을 완전히 처분하고 사업을 접을까 고민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제품 디자인과 기능은 베끼더라도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력, 애프터서비스(AS)는 따라올 수 없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중국을 이길려면 연구개발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경쟁사를 상대로 끈질기게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모든 제품의 중국 특허 출원으로 대응했다. 그는 "제품을 베끼는 곳은 중국 업체 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에 특허 출원을 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수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도 했다. 결국 ㈜미래바이텍은 매출 원상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국내 안마기제조시장은 초토화됐다. 남아있던 국내 경쟁사 D사 역시 올초 부도가 나면서 사실상 ㈜미래바이텍은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안마기 제조기업이 된 것이다. 국내 남아있는 업체들은 주로 중국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이고, 일부는 개발 디자인만 국내에서 진행하고 중국업체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다. 그는 "중국산 카피제품은 고장이 잦고, 수명이 짧은데다 즉각적인 AS 대응이 안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해본 고객일수록 한국 제품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마존 입점해 북미시장 공략
김락기 사장은 리쇼어링을 통해 중국 임금보다 2배이상 높은 국내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지만, 생산 효율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중국 공장의 불량률과 근로자의 숙련도, 시간당 효율 등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월등히 뛰어나다"며 "앞으로 수원 공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 개발과 생산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수원 공장에선 두가지 신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제품 중 하나는 ‘스마트 미니건’으로 불리는 소형 전신 마사지기다. 한 손으로 인체 전 부위를 맛사지할 수 있어 다이어트나 미용 용도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미래바이텍이 현재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유명 걸그룹 멤버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부츠형 발관리기 '프라벨 힐링부츠'다. 이 제품엔 무선 충전 기술과 플라즈마와 LED기능, 항균내피 등 중국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이 접목됐다. 플라즈마의 주된 기능인 항균, 탈취 기능 등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시험 인증도 받았다. 이 제품은 또 전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한의학에 따른 1000여개 수지침 지압법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오래 서 있어야하는 판매직이나 택배기사, 혈액순환, 수족냉증, 족저근막염 등을 앓고 있는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제품들을 포함해 손마사지기 등에 대해선 내년 초 아마존 입점을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인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 인증을 받으면 본격적인 북미시장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래바이텍은 코로나19에도 지난 9월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17%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안마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대다. 김 사장은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0%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장분석으로 5년내 4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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