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은 없었다.
재계 총수들은 역대 대통령들과 짧은 만남으로라도 인연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서울삼성병원 병실에 입원해 여생을 보냈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5년 '삼성 봐주기 의혹' 논란이 일었던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 논란과 관련한 경위 조사 때 그나마 가깝게 얽혀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금산법 개정안이 의결되던 국무회의에서 금산법 개정안 일부 조항이 삼성전자의 삼성생명 및 삼성카드 계열사 지분 불법 보유에 면죄부를 준다고 지적했다. 민정 수석실은 금산법 개정 경위와 입법 취지 등을 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브리핑을 통해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삼성 측 로비가 작용했거나 정실이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를 비롯한 지배구조 문제에 숨통이 트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재별개혁 의지가 담긴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와의 관계가 가까워지기엔 쉽지 않았다는 시선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16년 12월(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대 재벌의 개혁을 지켜보되 삼성에 대해선 더욱 특별히 보겠다"며 "심하게 얘기하면 삼성이 그만큼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라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직후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으나 홍석현 전 회장이 한 달 만에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과 직접적, 삼성 관련 간접적 인연이 거의 없지만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활발히 교류했다.
2018년 7월 인도 방문 당시에는 현지 최대 핸드폰 공장인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에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동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 등 총 10차례에 걸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언급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열정과 끈기로 반드시 1등을 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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