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최경주’를 꿈꾸던 ‘완도 소녀’ 이소미(21)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휴엔케어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했다. 투어 데뷔 후 41번째 대회 만에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이소미는 25일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영암CC(파72·642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낸 이소미는 단독 선두 최혜진(21)에게 1타 뒤진 열세를 뒤집고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올해 신설한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이기도 하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0승째를 노렸던 최혜진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3위(6언더파)로 밀려났다.
이소미는 “항상 축하만 했는데 축하를 받으니 울컥하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고 항상 응원해준 감독님도 많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위는 이날 홀인원을 포함해 6타를 줄인 김보아(25)가 격전의 틈을 비집고 올라와 차지했다.
투어 2년차인 이소미는 그동안 우승 없이 준우승만 네 번 했다. 지난 6월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3위 한 번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우승을 노크해왔다. 그러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매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선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김지영(24)에게 역전패했다.
또 지난달 같은 장소인 사우스링스영암CC에서 열린 KLPGA투어 팬텀클래식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대회장 인근 전남 완도 출신으로 영암에서 골프 연습을 주로 한 그는 고향과도 같은 곳에서 당시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2타를 잃고 공동 10위로 주저앉았다.
지난 대회와 달리 ‘추격자’ 입장에서 시작한 이소미는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아챈 뒤 8번홀(파5)부터 2연속 버디를 추가했고 파 행진을 이어가던 최혜진을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그는 13번홀(파4)에서 티샷한 공이 러프에 빠져 보기를 적어냈지만, 14번홀(파3)에서 천금 같은 6m 버디로 타수를 만회하면서 선두를 유지했다.
승부처는 마지막 18번홀(파4). 홀까지 약 7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왼쪽으로 벗어나 연장전으로 끌려가는 분위기였으나 남은 1.5m 파퍼트를 침착하게 밀어 넣어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소미는 ‘코리안 탱크’ 최경주(50)가 나온 완도 화흥초등학교 출신이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지만, 골프 앞에선 누구보다 당돌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최경주의 활약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고 최경주를 동경했다. ‘여자 최경주’를 꿈꾸며 최경주의 모교로 전학 보내달라고 부모를 조르기도 했다. 이소미는 “너무 떨렸지만 긴장하지 않기 위해 홀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었다”며 “바람에 공을 태우며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또 한 번 시즌 첫 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퍼트 난조로 막판에 덜미를 잡혔다. 1, 2라운드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넘봤던 터라 역전패의 입맛이 썼다. 보기 1개, 버디 1개. 최혜진은 올해 출전한 13개 대회 중 12번째 ‘톱10’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만 6타를 줄이면서 순위를 끌어올린 유해란(19)과 3타를 덜어낸 이다연(23)이 최혜진과 3위 자리를 나눠 가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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