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0월 15일자 A18면 참조
영세한 골판지 박스업계는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이어 지난 16일엔 태림포장 등 원단업체들이 골판지 박스업계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정확한 인상 폭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가격을 약 15% 올릴 것으로 골판지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원지와 원단 가격 인상 폭을 모두 합하면 골판지 박스업계로 전가되는 인상 폭은 35~40%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박스 가격은 한 겹으로 된 ‘싱글’지(紙)가 ㎡당 320원, 두 겹의 ‘더블’지가 ㎡당 420원 선이다. 만약 40%의 인상 폭이 박스업계에 고스란히 전가되면 박스 생산 단가는 싱글이 128원, 더블은 약 168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박스업계는 이를 납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박스를 사용하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의 가격 저항이 심한 탓이다. 김정열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부장은 “골판지업계 최하위에 있는 박스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상분을 모두 떠안게 되면 전국 2000여 개 영세 박스 제조사들이 연쇄 도산해 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골판지 시장은 골판지 원료인 원지를 비롯해 골판지 겉면 및 구불구불한 골심지 등을 생산하는 골판지 원단, 골판지 박스 등 세 단계 생산 과정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태림페이퍼, 대양제지,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한국수출포장, 고려제지 등 5~6개 주요 메이저업체는 원지부터 박스까지 모두 생산하는 수직 일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업체가 원지 생산의 80%, 원단은 70%, 박스는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나머지 시장을 중소·영세 골판지업계가 채우는 구조다.
중소·영세 골판지업계는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메이저업체들이 급격한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부장은 “메이저사들은 자신들의 계열사에는 납품 단가를 올리지 않거나 늦게 올리는 방식으로 영세한 중소 골판지업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사인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대양제지 화재 이전에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환경이어서 제지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4만8018t이던 폐지 수입량은 7월 3만1486t, 8월 3만2951t으로 줄어든 상태다. 김 전무는 “제지업체들이 수입 폐지 신고제를 적용받지 않는 고급 원지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어 산업 측면에서 보면 부작용이 큰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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