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기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고 있다. 고성장의 후유증인 ‘3대 회색 코뿔소’와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지난 1분기 -6.8%까지 추락한 성장률이 2분기 3.2%, 3분기에는 4.9%를 기록해 ‘V’자 반등에 성공했다. 모든 예측기관은 중국 경제가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병 진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중국 경제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2차 방역, 긴급 유동성 지원, 경제활동 재개 등과 같은 현안을 시 주석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단했기 때문이다. 북반구 지역의 겨울철을 앞둔 현시점에서 2차 팬데믹과 경기 재둔화 우려도 가장 낮다.
올해 초까지 축출설이 나돌 정도로 약화됐던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되고 있다. 양대 골칫거리이던 제3 톈안먼 사태 우려와 홍콩 시위대 사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시 주석이 덩샤오핑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오르면서 장기 집권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나라 안팎의 평가다.
중국의 위상도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직후 7.5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던 위안화 가치는 ‘스위트 스폿’(6.8~7.0위안) 하단 밑으로 절상됐다. 1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6.0~6.3위안까지 절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가 6위안으로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안팎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경기 회복과 위안화 절상으로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달 들어 중국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는 세계 모든 국가 중 가장 크다.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신용경색으로 미국 국채와 대형 상업용 건물을 매각해 회수하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중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부채가 가장 많지만, 기업 부채가 많은 나라다. 반면 미국은 재정적자가 누적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시킬 만큼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수출 호조 등으로 외화 보유액도 확충됐다. 지난주 한국과 59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외화 사정이 개선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앞당겨지고 있는 디지털 통화 시대의 주도권을 중국이 확보했다. 지난 5월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 주석이 주도해 디지털 위안화를 4개 시범 도시에 도입했다. 이후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올 만큼 정착됨에 따라 일본 유럽 한국 등도 디지털 통화 도입을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디지털 달러화 도입에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부정적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추진해 ‘트럼프 리스크’로 빼앗긴 주도권을 만회해 나갈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숨 가쁘게 전개돼온 미국과의 마찰 과정에서 입증됐듯이 중국의 위상은 ‘차이메리카’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높아졌다. 차이메리카란 2007년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를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26일부터 중국 공산당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가 19기 5차 전체회의(5중 전회)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는 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함께 제시해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는 2021년 이후 중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논의한다. 코로나 사태로 높아진 경제 위상과 강화된 집권 기반을 바탕으로 시 주석이 궁극적인 목표인 ‘팍스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질서)’ 구상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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