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자산가인 A씨는 최근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았다. 요즘 들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대부분 예·적금에 모아뒀지만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중에 들어오는 이자가 크게 줄었다. 상속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담당 PB는 예·적금 일부를 빼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으로 분배하는 것을 추천했다. A씨는 우선 연 2%대 이율을 지급하는 저축형 보험에 들었다. 상속 재원 마련을 위한 즉시연금 상품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A씨는 “모아놓은 자산만 안전하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 예·적금을 고집했는데 금리가 내려가고 내야 할 세금은 많아지면서 고민이 늘었다”며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성 보험 넣어 연 3% 수익률 맞추기
은행 PB센터를 찾는 자산가들이라면 A씨처럼 방카슈랑스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볼 만하다. 올 들어 예·적금의 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은행에서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해도 연 1% 이자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1억원을 넣어도 1년에 받는 이자는 수십만원이 고작이다.
저축성 보험은 연 2~3%대 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이 많다. 3년짜리 저축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떼고 나도 연 1.6~1.7%의 수익률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 PB들도 보험사 저축보험 중 금리 조건이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최근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펀드 가입을 꺼리는 고객에게 대체투자 상품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모펀드만큼 고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정기예금 이상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경우 방카슈랑스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연 3%대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분산 투자·환차익도
단순 투자 외에 방카슈랑스 상품을 활용해 해외 분산 투자나 환차익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해외 자산 및 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품이나 외화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해외 주식이나 펀드를 사들여 투자 국가를 분산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최홍석 신한은행 잠실 PB팀장은 “자산이 많은 고객 중에는 해외 보험 상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홍콩, 싱가포르 보험 상품이나 S&P600지수 등에 연동된 상품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등 외화를 기초로 하는 외화보험도 살펴볼 만한 상품이다. 보험료를 납입하는 시점 이후 상대적 강세가 예상되는 외화로 운용하는 보험에 가입하면 향후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매달 내는 보험료를 외화 환율 기준으로 내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금을 외화로 받기 때문에 환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상속 재원 마련 못했다면 즉시연금
A씨처럼 향후 자식들에게 상속할 시점에 낼 세금이 고민이라면 방카슈랑스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자녀가 자산을 물려받고도 낭패를 보는 사태가 잦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 PB팀장은 “자녀가 상속세를 낼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현금성 금융자산을 미리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며 “이자도 받고 향후 상속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연금 상품이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게 ‘즉시연금’으로 불리는 상속형 연금보험이다. 사망 전에는 원금에 대한 이자를 연금 방식으로 받다가 사망하면 일시금(적립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품이다. 노후 보장과 상속 재원 마련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이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생전에 매달 받는 금액을 늘리고 싶은 자산가라면 확정기간형을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며 “종신지급형에 가입하면 자녀가 향후에 낼 세금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우선 가입기간이 3년 이상으로 길다.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률도 높다. 이 때문에 무작정 방카슈랑스 비중을 높이기보다는 은행 PB를 통해 본인 상황에 맞는 상품을 찾아 분배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소람/김대훈/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