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맺은 김모씨(50)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집 등기를 할 때 부부 공동명의로 할지, 단독 명의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 보유세를 덜 내겠지만 장기적으론 공동명의가 더 불리하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공동명의 때는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 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시가 20억원 이하는 공동명의가 종합부동산세 측면에선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차이는 종부세에서 발생한다. 단독명의일 경우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부터 낸다. 이에 비해 부부 공동명의로 하면 1인당 6억원 초과일 때부터 종부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공시가격이 12억원(시세 16억원) 이하인 집을 공동명의로 보유하면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과표도 절반으로 나뉘기 때문에 적용 세율이 낮아진다. 이것만 놓고 보면 공동명의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공동명의일 경우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문제다. 고령자 공제는 만 60세 이상일 때 적용되며 장기 보유 공제 혜택은 집을 5년 이상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많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공제율이 올라간다. 가령 만 70세이면서 15년간 집을 보유했다면 올해 고령자 공제율은 30%, 장기보유 공제율은 50%다. 합산 공제율은 80%지만 공제 한도가 70%로 묶여 있어 70%를 공제받는다. 종부세 산출액이 1000만원이라면 70% 공제를 받아 300만원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내년부터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 한도가 70%에서 80%로 올라간다. 내년에 70세인 단독명의자가 15년간 집을 보유하면 80% 공제율을 적용받아 세 부담이 더 줄어든다. 하지만 공동명의자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공동명의를 택할 경우 낮은 종부세율 구간 적용에 따른 이점과 두 가지 공제 혜택 제외라는 불리한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무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시가격 15억원(시세 20억원) 이하라면 공동명의가 낫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는 공동명의일 때 보유세가 637만원으로 단독명의(636만원) 때와 비슷해지고, 내년에는 공동명의 보유세가 817만원으로 급증해 단독명의(728만원) 때보다 90만원가량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명의 때 적용받는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한도가 내년부터 80%로 늘어나는 영향이 크다.
올해 공시가격이 20억3700만원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공동명의와 단독명의 보유세 차이는 더 커진다. 지난해 공동명의 보유세는 587만원으로 단독명의(584만원)보다 3만원가량 많았다. 올해는 공동명의 보유세가 897만원으로 급증해 단독명의(849만원)보다 48만원 많아졌다. 두 경우 모두 재산세(지방교육세 등 포함)는 663만원으로 같지만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가 각각 234만원(공동명의), 186만원(단독명의)으로 차이가 났다. 내년엔 공동명의(1234만원)와 단독명의(986만원) 간 보유세 격차가 248만원으로 벌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때도 재산세는 758만원으로 같지만 종부세가 각각 476만원, 228만원이다.
공동명의가 불리하다고 공동명의에서 단독명의로 바꾸려면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배우자 공제(6억원)를 뺀 증여세와 공시가격의 4%에 해당하는 증여 취득세를 내야 한다. 시세 20억원인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에서 단독명의로 변경하는 데 드는 돈은 증여세와 증여 취득세를 합해 1억원가량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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