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취임 5년째인 1992년 10월 자신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이 회장은 ‘10년 뒤 삼성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취임 초기부터 세계 일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1인5역을 각오하는 사람만 모아진다면 (당시 일본 최고 기업이었던) 히타치를 따라잡는 게 가능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선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의 경영철학 공통점에 대해 “‘인재가 없다, 사람 더 키워라, 어디서 사람 좀 데려와라’ 하는 소리를 나도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수 인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계를 통틀어 누구보다 빨리 글로벌 우수 인력 유치에 눈을 뜬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02년 5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기업의 경쟁력이나 가치는 우수 인재가 얼마나 많고 적으냐로 결정된다”며 “삼성은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국적에 상관없이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20세기가 경제전쟁 시대라면 21세기는 두뇌전쟁 시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나 기업 간 경쟁은 인적 자원의 질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핵심 인재를 육성할 전략으로는 “어떤 사람이 핵심 인력인지 그 자격과 조건을 임직원에게 알려주고, 여기에 해당하는 핵심 인력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고 중요 직책을 맡겨서 각자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의 성장 요인을 묻는 질문에 “삼성이 진정한 일류기업이 되려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꼽는 강점은 임직원의 자발적인 애사심과 헌신적인 노력, 자율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답했다. 이어 “큰 흐름과 변화를 읽고 외부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자들이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강점”이라고 했다. 인공위성이 단계별로 엔진이 떨어지면서 대기권을 돌파하듯이 삼성도 세계 일류가 되려면 한 단계 더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글로벌 1등 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기업이 잘되면 수출이 늘고 고용도 확대되는 등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 모두 혜택을 받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은 이 회장 주도로 꾸준히 인적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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