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본인의 의지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회장 승진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17년 12월 27일이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 측의 심문을 받은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계의 해석은 다르다. 다른 4대그룹 총수들과 ‘격’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회장 승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 역시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 타계 20여 일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달지 않는 것은 삼성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삼성 임직원들의 사기를 감안해서라도 승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승진하더라도 ‘삼성그룹 회장’이 아니라 ‘삼성전자 회장’을 자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왕적 총수’란 이미지 대신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지고 끌고 간다는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내 업무의 95%가 삼성전자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별세는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뉴 삼성’의 비전과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인사나 조직개편을 할 때 계열사의 경영 외적인 부분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의사 결정이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인사 폭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수장들은 대부분 이 부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로 대개 2017~2018년에 임기를 시작했다. 이 회장 별세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 인사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삼성의 새로운 비전 발표 등은 따로 뗄 수 없는 이슈”라며 “당분간은 수면 아래에서 이 부회장이 중심이 되는 ‘넥스트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