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1만9842명에 달했던 후카우라의 인구는 현재 7903명까지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소멸 위기에 처한 후카우라를 지탱하는 ‘단기 이민자’로 불린다. 단기 이민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경제브레인인 데이비드 앳킨슨 성장전략회의 위원이 저서 《신관광입국론》을 통해 주창한 개념이다.
앳킨슨의 아이디어를 국가 정책으로 구체화한 사람이 스가 총리다. 그가 관방장관 시절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비자 규정을 완화한 법안(90일간 무비자 지역 확대)은 지금도 가스미가세키(일본 정부부처가 몰려 있는 행정 중심가)에서 ‘스가 안건’으로 불린다. 스가 안건 덕분에 2012년 836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188만 명까지 늘었다. 관광예산을 100억엔(약 1078억원)에서 680억엔으로 늘리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1조엔에서 4조8000억엔으로 증가했다. 580억엔을 써서 3조8000억엔을 벌었으니 대박인 셈이다. 더 의미있는 건 ‘단기 이민자’ 덕분에 지방이 일부나마 활력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여행 인프라는 담당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짜내서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기 이민이라는 개념을 비자 완화라는 정책으로 구체화한 일본처럼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에 직면한 한국도 지방소멸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에 관광은 정책 우선순위 밖에 있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동북아시아 관광허브’를 놓고도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 지금 같아선 승산이 없어 보인다.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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