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주간 '매매·전세 거래지수' 통계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7월 이후 17년 3개월만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KB 부동산 통계 간 차이 논란이 KB국민은행 측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간] KB부동산 Liiv ON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를 통해 "매매·전세 거래지수 통계는 2020년 10월 12일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통계 지표는 모두 12일을 마지막으로 멈춰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매매·전세 거래지수는 거래가 활발한 정도를 설문조사에 의존해 측정한 수치"라며 "실거래량 통계가 확인 가능하여 해당 통계를 중단한다. 부동산 거래량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및 한국감정원 "부동산거래현황" 통계 자료 이용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거래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감정원 통계가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비교적 정확성이 떨어지는 KB 지수 통계를 더 이상 발표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간 매매·전세 거래지수 통계는 매매나 전세 거래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널리 쓰였다. 특히 감정원의 통계가 월간 단위로 발표되는 것과 달리, KB 통계는 주간 단위로 발표돼 시장의 흐름을 보다 신속히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어왔다.
하지만 KB 측이 대신 이용을 권장한 감정원의 '부동산 거래 현황' 통계는 2006년 1월 이후부터 거래량 통계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KB 측이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해당 통계 중단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KB 측이 정부 압박을 받아 관련 통계를 없앤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감정원과 KB 지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국민은행 통계는 호가 중심이기 때문에 (감정원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KB 시세를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말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KB의 전세거래지수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최근 전세 실거래 통계가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장 체감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기도 했다.
KB 측은 외압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균표 KB부동산정보팀 수석 차장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국토부,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거래량 집계가 가능해졌고 해당 데이터와 헷갈리는 경우도 발생해 통계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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