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선정한 것과 관련해 "발목잡기 행동 대장을 추천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천위에서 '비토권'을 행사해 절차를 지연시킨다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법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을 단독으로 강행할 경우 입법 독재라는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야 간 공수처 힘겨루기가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몫 추천위원 중 1명은 세월호특조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해 특조위에 고발됐다"며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 추천을 미루며 법정 출범 시한이었던 7월15일에서 이미 100일 넘게 지연되고 있고, 여당 압박에 못이기는 척하며 추천한 위원 중 한 명은 대놓고 공수처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야당 몫 추천위원 비토권은) 공수처 중립을 위한 것이지 꼼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부정하고 있는 인사의 추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즉시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야당 추천위원) 두 분은 시간끌기용이다. 공수처 방해 위원이 추천된 것"이라며 "공수처는 법적으로 통과된 것이고, 사무실도 마련됐고, 공수처장실까지 꾸며놨는데 이것을 못 하게 하는 건 불법행위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또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방해하며 무한 도돌이표를 작동한다면 국민을 완전히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준비해놨다가 바로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은 국민의힘이 내정한 2명의 추천위원 가운데 이헌 변호사를 가리켜 "혹시라도 (국민의힘이 야당의 거부권을) 악용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추천서 제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정권비리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권 보위를 위한 공수처를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압박에 대해서는 "지금 입법 독재가 계속 실현되고 있는데,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여권의 이헌 변호사의 세월호 특조위 비판에 대해선 "우리 당이 추천한 분이고 공수처장을 가장 잘 추천하실 분이라고 생각한 분"이라며 "다른 당이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 변호사가 추천위에 들어가서 훌륭한 분으로 잘 추천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의결정족수가 '7명 중 6명'으로 규정된 현행법에 따라 야당 측 위원 2명이 가지는 사실상의 '비토권'을 향후 민주당과의 특검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현행 공수처법이 위헌이라는 입장인 만큼 향후 법사위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독소조항 제거'를 명분으로 법 개정 역공을 펼 방침이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당을 향해 "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니 '공수처 방해 위원',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한다고 아우성"이라며 "야당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의도적 지연이라고 규정하고 아전인수격 속내를 드러낸다"고 반박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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