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오는 30일 열리는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 물적분할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기로 하면서 물적분할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LG화학이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전문가 9명으로 이뤄진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원칙 및 방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 측은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안건은 찬반을 두고 개인과 기관투자가들 간 의견이 엇갈려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 주식에 투자한 만큼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는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적분할이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한 기업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은 LG화학의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물적 분할 이후 신규 자금 조달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ISS는 “최근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한 LG화학의 투자 확대가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돼 국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신설 배터리 독립법인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물적분할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신설법인이 존속법인의 100% 자회사가 되는만큼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다”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반대 의견 권고 자문사는 서스틴베스트뿐이었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LG화학 물적분할과 관련해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해 소수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으로 LG화학 물적분할 안건 통과 여부는 불분명해진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LG화학 지분을 10.28% 보유한 2대 주주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LG로 30.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38.08%, 그외 기관 및 개인 투자자가 각각 10% 가량을 보유 중이다.
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받으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대 주주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국민연금이 반대하면서 안건 통과를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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