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변신은 무죄…아울렛은 놀이터가 되고 백화점은 미술관이 됐다

입력 2020-10-28 15:42   수정 2020-10-28 15:44


백화점 아울렛 등 전통 유통업체들의 영업 공간들이 대변신하고 있다. 판매 공간을 줄이고 체험 공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줄어든 고객들을 다시 잡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다. 과감한 변신을 택한 점포들에 대해서는 이게 놀이동산인지, 공원인지, 갤러리인지 모를 정도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펫파크에서 스크린 사격장까지
이달 초 문을 연 스타필드 안성은 경기 남부 지역 최대 복합쇼핑몰로 꼽힌다. 기존의 쇼핑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쇼핑 테마파크’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한다.

63m 높이의 스타전망대는 스타필드 안성의 랜드마크다. 울창한 상수리나무 숲과 야외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 위층에는 카페 ‘가배도’가 입점해 음료를 즐기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도 넉넉하다. 아쿠아필드에는 핀란드식 증기욕 로울리와 전통 한국식 불가마를 결합한 ‘로울리 불가마’, 국내 워터파크 최초로 열대 해수어를 감상할 수 있는 ‘피쉬룸’ 등을 도입했다. 친환경 해수풀로 만든 어린이 전용 수영장인 ‘키즈 스플래쉬’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자연을 담은 쇼핑 놀이터’로 불리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실내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플로우 하우스’가 꾸준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지난 8월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스크린 사격장 ‘슈팅코리아’를 선보였다.

슈팅코리아에서는 정확도는 물론 체력, 지구력, 스피드, 집중력 등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사격을 경험할 수 있다. 정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속사, 이동사격 등 체계적인 사격 트레이닝도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6일 경기 남양주에 개장하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펫파크 ‘흰디 하우스’를 설치한다. 1322㎡(약 400평) 규모로 국내 유통업계가 운영하는 펫파크 중 가장 크다. 반려견의 크기별로 입장할 수 있는 놀이터를 비롯해 식사 테이블, 포토존 등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교외 여가 활동을 즐기는 ‘펫크닉(팻+피크닉)’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미술관 된 백화점
백화점업계는 대형 미술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큐레이터가 상주하면서 작품을 설명하거나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8월 재단장을 통해 명품 매장에서 미술품을 상설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화와 사진, 오브제, 조각 작품 등은 250점에 달한다. 매장 벽뿐만 아니라 통로, 고객 라운지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신세계갤러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은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면서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돕는다.

3층 한가운데 있는 고객 라운지에는 엘리엇 어윗이 담은 20세기 중반 파리 사진이 눈길을 끈다. 독일어로 ‘놀라운 것들의 방’을 뜻하는 ‘분더캄머’ 공간에서는 광물 원석부터 프랑스 루브르와 오르세미술관의 소장품을 정교하게 재현한 아트 상품을 볼 수 있다.

미술 작품 및 아트 아트 오브제는 한 달 만에 28점이 판매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회화 작품과 고미술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소품과 오브제가 꾸준히 팔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렌털·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를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열었다. 사진 작품과 일러스트, 풍경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363 스튜디오 갤러리아’는 노원점과 중동점 등 4개 점포에 입점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31일까지 서울문화재단의 신당창작 아케이드와 함께 ‘코로나 블루(우울)’를 해소하기 위한 ‘예술해독제’ 전시를 연다. 서울시의 신진 예술가의 작품 전시 공간을 만들고, 예술 작품 판로를 제공한다.

강남점 1층에는 대형 예술 작품 ‘KF-94 FACTORY’도 설치했다. 전시장에 비치된 우체통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 속 고민을 적어 넣으면 작가들의 드로잉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민참여형 전시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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