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율을 일괄 조정할 경우 다주택자까지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세무업계에선 재산세 또한 종합부동산세처럼 일반세율과 중과세율로 재산세율을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당정회의 논의를 거쳐 세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시세반영 비율 인상 로드맵과 관련한 공청회를 진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행 주택분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하는 구조다. 과표가 3억원을 초과하면 0.4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이하는 0.10~0.25%다. 시세반영 비율이 높아져 공시가격이 오를 경우 그만큼 과표 또한 올라 세부담이 늘어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부장(세무사)은 “실질적인 세부담 경감을 위해선 한시적으로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지자체 조례 개정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무 전문가들은 세율을 일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1주택자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종부세처럼 세율 체계를 나눠 감면세율과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종부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와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겐 일반세율(0.5~2.7%·내년 0.6~3.0%)로 과세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비조정대상지역 3주택자에겐 중과세율(0.6~3.2%·내년 1.2~6.0%)을 적용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1주택자에게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해선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다주택자와 구분돼야 한다”며 “세율 체계가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율이 분리될 경우 비교적 단순하던 재산세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현행 재산세는 물건별 과세이기 때문에 명의를 어떻게 나누든 같은 부동산에 대해선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율이 분리될 경우 종부세처럼 증여 등을 통한 명의 분산이 활발해질 수 있다.
지자체별로 감면 조례를 손보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재산세는 국세인 종부세와 달리 지자체가 걷어 재원으로 활용하는 지방세이기 때문이다. ‘지방세법’은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가감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과된 재산세에 대해 감면하는 세액감면의 형태다.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법률을 개정하는 것보단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다만 종부세에서 재산세 납부분을 공제하기 때문에 감면된 재산세액이 종부세액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지자체에 위임할 경우 서울시가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조례 공포를 막아선 게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며 “감면 비율에 대한 지역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 회계사는 “과표가 되는 공시가격이 앞으로 급등하게 될 개연성이 큰 만큼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조정하면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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