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실거주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재산세 감면에 부정적이었던 당정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협의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 중산층에 대해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택분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20.7% 늘었다. 2008년(28.6%)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올 7, 9월 재산세 고지서가 발송된 후 '재산세가 30%까지 뛰었다'는 등 비판 여론이 커지자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정부와 민주당은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까지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권은 대체로 재산세 인하에 부정적이었다. 일례로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이끄는 서초구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게 한해 재산세 감경하는 개정조례안을 공포하자 서울시는 대법원 제소와 집행정지 신청 등을 통해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재산세 인하는 경제적 약자인 무주택자의 상대적인 상실감과 주택가액에 따른 세 부담의 차별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지역·계층 간 갈등을 초래하는 개정 조례안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재산세 감면 추진이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강남권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종부세 부담 완화를 시사했지만 선거가 끝난 후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8월에는 정부가 재산세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 구청장들이 단체로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방세이고 지방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집단 반발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산세는 지방세라 정부의 인하 방안에 지자체에서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수도권은 집값이 많이 올라 재산세를 감면해줄 명분이라도 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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