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그룹이 수조원대 규모로 예상되는 새 펀드에 이례적으로 일본의 '슈퍼 리치' 자금을 받는다. 주로 미국의 연기금·공제회, 대형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가의 출자를 받는 글로벌 PE가 일본의 개인 자금을 모집하는 건 처음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앞으로 3~5년내 만들 신규 펀드에 일본 초 부유층의 출자를 받을 계획이다. 올 초 도쿄에 지사를 설치한데 이어 내년까지 세제 및 운용보고 방식, 위탁판매사 선정 등을 마치고 자금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PE가 개인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최저 출자금액이 수십억원 이상이고 약 10년간의 만기 동안 해약이 불가능해 개인투자가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PE에는 자금을 대겠다는 기관투자가들이 줄을 서기 때문에 개인투자가들로부터 출자를 받을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블랙스톤이 일본의 슈퍼리치들에게 손을 벌리는 건 출자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의 돈줄이었던 기관투자가들은 경기와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큰손 기관들이 일제히 자금줄을 끊는 바람에 유명 PE들조차 자금조달에 애를 먹은 전례도 있다. 블랙스톤은 대형 PE 가운데서도 개인 출자자 모집에 적극적인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는 진작부터 슈퍼리치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전체 펀드 자금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순자산 5억엔(약 54억원)이 넘는 일본의 슈퍼리치는 8만세대를 넘어섰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80조엔에 달한다. PE업계는 실적과 지명도가 높은 블랙스톤에 자금을 대겠다는 부유층 고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저금리의 장기화로 일본 부유층들 사이에서 '돈 굴릴데가 마땅찮다'는 불만이 커진데다 일본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투자 상품도 많지 않아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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