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주민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는 기부채납 비율 최소화 등 공공재건축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면제 등 핵심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강남권 재건축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8·4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재건축으로 5년간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허용해주는 대신 조합은 늘어난 가구 수의 50~70%를 공공임대·공공분양 등으로 공공기여해야 한다. 사업관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맡는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공공재건축을 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 500%를 적용해 일부를 기부채납하면 전용면적 84㎡ 기준 대지지분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은소협 측은 지가를 3.3㎡당 1억5000만원이라고 봤을 때 조합원 1인당 11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반발도 거세다. 일부 조합원이 ‘잠실주공5단지 공공재건축 반대모임’을 만들어 공공재건축을 반대하는 전단을 제작·배포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일각에선 조합장 해임 이야기까지 나온다. 조합원의 항의가 이어지자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에서 “서울시 등 인허가 기관과 계속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컨설팅만 신청한 것”이라며 “공공재건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 등의 호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8월 토지거래허가제를 뚫고 23억8000만원 신고가를 썼으나 현재 22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도 이달 초 22억28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최저 호가는 21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조합으로부터 공공분양 주택을 기부채납받을 때 공사비로 표준형건축비보다 1.6배 높은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해 더 비싼 값을 쳐주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동 간격과 조경, 일조권 등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 등도 검토된다.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사전컨설팅 결과는 다음달 말께 각 조합에 통보될 예정이다.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 통보 후 주민 동의(3분의 2 이상) 절차 등을 거쳐 심층컨설팅을 진행해 내년 상반기 공공재건축 선도사업지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재건축 단지는 총 15곳이다.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용산구 이촌한강맨션·중산시범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 △동대문구 청량리미주 △성동구 마장세림 △관악구 신림건영1차 △구로구 고척산업인 △서초구 신반포19차 △광진구 중곡 △금천구 시흥건영1차 △종로구 금강하이츠 △중랑구 묵동장미 △마포구 신덕맨션 등 총 1만3943가구 규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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