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경제 활력’을 강조했다. 올해 경제에 큰 타격을 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경제 반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연설 곳곳에 담겼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한 조치로 정부의 ‘확장 재정’만을 들고나왔다. 경제의 중요한 축인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들이 경제 활력에 저해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만 재차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이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업의 역동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3법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고 있지만 기업규제 3법을 강행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수년째 권고하고 있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경제혁신? 구조개혁? 그런 것은 생각하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는 정부”라며 “시정연설은 재정지출 외에는 경제정책이 필요없다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대신 경제 활력을 위해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자리는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며 경기 반등의 출발점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하지만 상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공공부문이 직접 일자리 형태로 공급하는 데 예산이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확장 재정을 펴더라도 세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정부가 의도하는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혁신적이지 못한 공공부문 대신 민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확장 재정을 강조하면서 건전성 확보에는 무신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해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경제계가 기대한 재정준칙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임대차 3법이 전세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 7월 임대차 3법 개정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등으로 전세 매물이 잠기고 전세가격이 오르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세난 해소를 위해선 임대차 3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대차 3법 안착과 함께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도 대책으로 언급했다. 기존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아닌, 중산층 이상이 살고 싶어하는 고품질 아파트를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발표 예정인 전세 대책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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