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초년생인 김보령 씨(25)는 주말마다 새로운 수공예 취미를 배우는 재미에 빠졌다.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잡념이나 고민을 잊을 수 있는 게 좋았다. 보통 수업 한 번에 7만~1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완성품을 가져올 수 있어 중독성이 짙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도마를 만드는 나무 공예나 접시를 제작하는 유리 공예도 체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소 관심이 많던 가죽 공방을 체험해보기 위해 상수역 근처 ‘썬데이스카’를 찾아 키홀더를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들었다. 썬데이스카는 온라인 수공예품 쇼핑몰 아이디어스에서 골프공케이스, 카드지갑, 반지갑 등 가죽 소품을 월 평균 1000만원가량 판매하는 공방이다. 이곳에서 가죽을 원하는 두께로 편평하게 잘라주는 피할기, 황동 소재로 만들어놓은 수백여 개의 한글 활자와 불박 각인기를 처음 봤다.
패션업계에서 수제화나 고급 가방을 설명할 때 자주 들었던 ‘새들 스티치’를 처음 해봤다. 본드로 붙인 가죽 두 장을 완벽하게 고정시키기 위해, 또 그 자체가 예쁜 디자인이 되기 때문에 바늘 두 개를 위아래로 교차하게 꿰매는 기법이다. 이탈리아 명품 수제화 브랜드나 유명 프랑스 핸드백 브랜드에서도 사용하는 바느질법이다. 스티치를 끝낸 뒤에도 캔버스 천을 잘라 만든 골무로 가죽 단면을 다듬어줘야 했다. 나사에 본드를 살짝 묻혀 금속 장치를 고정시키면 키홀더 완성. 금속 장치 색상도 직접 골랐다. 직접 만든 제품이라 생각하니 애정도 생기고 손때 묻히면서 오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여름부터 도자기 공방 ‘아담하우스’의 정규 클래스에는 24명의 정원이 꽉 찼다. 아담하우스의 김하영, 성시문 작가는 “2018년 9월에 공방 문을 열었는데 첫해보다 올해 매출이 세 배가량 늘었다”며 “원데이클래스에서 정규 클래스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대기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은반지를 만드는 공방에서도 수공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수룩한 손길로 스톤을 세팅하자 반지 모양이 삐뚤빼뚤해졌다. 카라크 공방의 최안나 작가는 “그 모양 그대로 예쁜 반지가 된다”며 다듬는 방법을 알려줬다.
도자기 공방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 대표는 “매주 단체 수업이 한 건 이상 있다”며 “직장에서 회식 대신에 문화 체험으로 도자기를 빚으러 온다”고 했다.
나무를 깎아 의자나 소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1972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공방 서진공예를 이어받은 신민웅 작가는 “예전엔 주로 물건을 파는 게 수익의 100%였다면 요즘은 클래스 매출이 전체의 50%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 수공예 체험하고 싶다면…
한 번도 수공예 체험을 못해 본 사람이라면, 어떤 게 취향에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가까운 곳에 있는 공방을 찾아가 원데이클래스를 경험해 보는 게 좋다. 공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회당 4만~8만원을 내면 2~3시간 동안 배울 수 있다. 재료는 다 준비해주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면 된다.
민지혜/오현아/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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