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해 직업이 됐다

입력 2020-10-29 17:29   수정 2020-11-06 15:42

공방 창업자들에게 듣는다
취미와 직업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원데이클래스를 들은 분야에 재미를 붙여 계속
취미활동을 할 순 있지만, 그걸 아예 직업으로 삼겠다는 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20~30대라면
경험 부족으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공방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작가들은 분야에 상관없이
“취미로 시작한 걸 전문적으로 하겠다면 사업성과
전문성, 차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라크 공방의 최안나 작가는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유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서 돈도 잘 벌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즐길 줄 알아야 창업으로 이어져”
사업성이 있는 아이템인지 알아보고 시장조사를 거쳐 공방 터를 마련했다면, 이제 제품을 팔고 사람을 모아 수업할 준비를 해야 한다. 도자기 공방 아담하우스의 김하영 작가는 “공방 보증금과 가마, 물레, 인테리어, 재료 구비 등 초기 창업비용만 4000만원가량 들었다”며 “이후에도 계속 장비를 들여놓고 재료를 추가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 일을 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공방을 열고 클래스를 운영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흙을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설레는 감정과 즐거워하는 표정을 수강생들도 다 느낀다”며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잘 되는 비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담하우스는 매달 원데이클래스로 50여 명, 정규 클래스로 20여 명이 수업을 듣는다. 이 공방을 같이 운영하는 성시문 작가는 “다른 공방과 차별화하기 위해 디저트와 수제 차를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제공한다”며 “직장 생활할 때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고 했다.
‘히트 상품’이 성공의 비결
공방 작가들은 한결같이 “성공하려면 히트상품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크게 도약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죽공방 썬데이스카의 조아라 작가는 “2014년 인스타그램에 공방을 다니며 만든 제품 사진을 올렸다가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며 “온라인 수공예품 쇼핑몰 ‘아이디어스’에 올린 골프공 케이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당시 가정의 달 선물로 이니셜을 새긴 가죽 골프공 케이스가 수백 개 팔렸다고 했다.

2017년 말엔 입소문을 듣고 공방을 찾아온 한 수강생이 “외교부 직원인데, 연말 선물로 나눠줄 카드지갑이 필요하다”며 300개를 단체 주문했다. 지난해 5월엔 알록달록한 가죽으로 단순하게 만든 반지갑을 새로 내놨는데 한 달 동안 300여 개가 팔려 그달 매출이 3500만원까지 늘었다. 조 작가는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게 힘들지만 내가 만든 제품을 받고 만족해하는 소비자를 보면 무척 감동스럽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조영호 작가는 “창업을 고민 중이라면 일단 시작해 보라”며 “잘 안 되면 빨리 접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평생 고민만 하느니 일단 도전 해보고 빨리 판단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성향에 맞아야 ‘롱런’”
취미로 시작한 수공예 아이템과 개인 성향의 ‘궁합’도 중요하다. 15년 동안 유리공예를 하고 있는 임동환 유리나무 작가는 “창업 전에 3년을 배운 뒤 공방을 차렸다”며 “토치로 유리를 녹이는 램프워킹처럼 섬세한 작업이 성격과 잘 맞았다”고 했다. 아기자기한 유리 소품, 작은 주얼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전문성을 갖추고 경력이 쌓인 작가들에게도 고민은 많다. 숙련기술 전승자인 아버지로부터 나무 공방을 이어받은 신민웅 서진공예 작가는 “옛 기법을 계승하고 전통을 유지하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현대 공예를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하고 싶은 것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오현아/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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