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 해줘 좋다"고 공개 저격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잇달아 항의표시를 하고 있다.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47·사법연수원 36기)는 29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최재만 검사는 "이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를 표한 게 개혁과 무슨 관계냐"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검사는 "우리와 같이 장관 수사지휘권이 규정돼있는 독일에선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가 없고, 일본은 1954년 법무대신이 동경지검 특수부에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사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법무부는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며 인사권, 감찰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들의 과거 근무경력을 분석해 편을 가르고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선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검사는 "검사들은 결코 검찰개혁에 반발하지 않는다"며 "다만 검찰개혁이란 구실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부당한 정치권력이 형사소추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오히려 더 커지고, 더 이상 고도의 부패범죄와 맞서기 어려운 형사사법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 지휘권이 수차례 남발되고 검찰총장 사퇴를 종용하며,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낙인찍은 검사들은 인사에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글엔 '나도 커밍아웃하겠다' 내용의 댓글이 40여개나 달렸다.
A검사는 "모든 정치적 개입을 '검찰개혁'이란 단어로 억지 포장하는 건 몹시 부당하다"고 했고, B검사는 "평생 커밍아웃이란 걸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는데 오늘 저도 해야겠다"고 했다.
C검사는 "검사들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었는데, 검찰이 지금까지 이렇게도 정치적인 적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실명으로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환우 검사는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다"며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장악을 시도하며 2020년 법무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추미애 장관을 비난했다.
그러자 추미애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환우 검사는 동료검사 약점 노출을 막으려 피의자를 20일간 독방에 구금하고 가족면회까지 막은, 부적절하게 권한을 남용한 검사'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글을 남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글을 적으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두 분이 참 닮았고 서로 우위를 가리기 힘든 밉상 남매"라고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엔 전·현직 법무장관이 합작해 현직 평검사를 꼭 찍어 커밍아웃 환영한다고 공개 비난하고 있다"며 "이제는 (검찰)총장도 모자라 평검사까지 닥치고 찍어내려는 거냐"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모든 행위를 검찰개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이라며 "두 분에게 검찰개혁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고 자신의 비리와 범죄를 덮어줄 수 있는 면죄부다. 한 분(조국)은 본인이 기소되어 재판 중인데도 부지런히 검찰개혁이라는 허구를 좇아 열일 페북하고, 또 한 분(추미애)은 현직 법무장관인데 부동산 정책에도 간섭하시고 검찰총장 쫓아낼 일만 열일 페북하는 분"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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