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여자프로골퍼들의 분전이 한라산 자락에서 펼쳐졌다. 시즌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기 위한 경쟁이다. 60위 커트라인에 들지 못한 채 단 한 번 열리는 시드전으로 내몰리면 정규투어라는 달콤한 직장을 잃을 수 있다. 배수진을 친 베테랑들이 ‘롤러코스터’ 성적에도 상위권 성적을 지키며 ‘1부 투어 신분 연장’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잔류 아니면 은퇴’라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한 7년차 베테랑 황율린(27)은 대회 반환점을 돈 가운데 가까스로 ‘톱10’ 성적을 유지했다.
그는 30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638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총상금 8억원) 2라운드에서 더블 보기 1개와 보기 3개를 쏟아내는 동안 버디는 1개에 그쳐 4오버파 68타를 적어냈다.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 공동 7위. 강한 제주 바람에 대부분의 선수가 타수를 잃으면서 황율린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1부 투어 잔류 불씨를 살렸다.
올 시즌 남은 대회는 이 대회를 포함해 3개뿐인 가운데, 그는 현재 상금랭킹 67위(5756만원)에 올라 있다. 이 대회에서 톱10에 들어야 안정적으로 상금랭킹 60위 진입을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상금랭킹 59위를 기록해 턱걸이로 시드를 유지했던 2019년을 제외하고는 매번 시드전에 나섰다. 시드전을 피하려 개명까지 했던 황율린은 올 시즌 시드를 잃으면 은퇴하겠다고 공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나희원(26)도 강한 제주 바람의 괴롭힘 속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버디 5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쿼드러플 보기 1개를 묶어 2오버파 74타를 쳤다. 합계 이븐파 공동 17위.
올해 상금랭킹 78위(4936만원)에 내몰린 그는 이번 대회에서 8위 안에 들어 12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해야 한다. 남은 라운드에서 충분히 반등이 가능한 상황. 15번홀(파4)까지 4타를 줄이며 순항하다 마지막 3개 홀에서 6타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 나희원은 “시드전은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며 “나 자신을 믿고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상금랭킹 75위(5181만원)인 박신영(26)도 이날 이븐파를 기록하며 공동 17위에 올랐다. 박신영은 2014, 2015, 2017년 상금랭킹 60위에 들지 못해 시드전을 치렀다.
시즌 첫 승에 도전하는 장하나(28)는 물오른 샷감을 선보이며 선두 경쟁을 시작했다.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4언더파를 기록한 장하나는 공동 3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경우 2012년 이후 매년 1승 이상 올렸던 기록을 9년으로 이어간다. 지난주 생애 첫 승을 거둔 이소미(21)는 이날 5타를 잃고 중간합계 9오버파를 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유빈(22)이 7언더파 137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서귀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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