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사흘간의 급락장에서 벗어나 반등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139.16포인트, 0.52% 올랐고 S&P 500 지수는 1.19%, 나스닥은 1.64% 상승했습니다.
아침 개장 전부터 3분기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들이 좋게 나왔고, 장 마감 이후엔 애플, 아마존 등 기술주 빅4가 나쁘지 않은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장중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습니다. 게다가 지난 사흘간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반등을 노리는 매수세도 일부 유입됐습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3.1%(연율)로 1947년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예상치인 32% 수준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성장률을 전기비연율로 계산하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입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31.4%까지 떨어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연율이기 때문에 대략 4를 곱한 값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GDP는 2.9% 하락한 상태입니다. 액수로 따져보면 3분기 GDP는 여전히 작년 동기에 비해 6000억 달러 적습니다. 그것도 재정을 퍼부어 지난 1년간 재정 적자가 5조5000억 달러나 급증한 상황인데도 말이죠.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75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주(79만1000건)보다 4만 건 줄었으며,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 2주 이상 계속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도 70만9000건 감소한 775만 건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줄어든 수치 모두가 일자리를 되찾은 게 아닙니다. 구직을 아예 포기한 이들도 있고, 실업급여가 6개월간 주어지는 만큼 지난 3~4월 실직한 이들은 더 이상 수례를 받지 못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실제 연방정부가 3차 부양책을 통해 마련한 팬데믹 긴급실업급여 프로그램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지표는 모두 과거 지표라는 겁니다. 미래가 중요한데, 코로나가 최근 급격히 재확산되면서 미래 회복으로 이어지는 길을 막고 나섰습니다. 유럽 얘기이긴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코로나 재확산과 관련해 ""위험이 분명히 하방으로 기울었다.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모멘텀을 잃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재창궐과 방역 강화가 또 다시 침체와 실업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장 마감 이후 줄줄이 발표된 기술주들의 3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은 지난 3분기 전년동기 대비 37.3% 늘어난 961억5000만 달러의 매출과 192.4% 늘어난 12.37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거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예상치(매출 927억 달러, EPS 7.41달러)를 크게 넘어선 겁니다.
애플도 분기(7~9월) 매출이 647억 달러로 1년 전의 640억4000만 달러보다 늘어났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3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14.0% 늘어난 461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시간외 거래에서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의 성장 정체 우려, 애플은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으면서 하락하고 있지만 알파벳은 급등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주 실적도 과거 수치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재확산이 지속되면 4분기 실적은 더 개선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난 28일 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서 대선 결과, 백신, 그리고 부양책이 향후 장세를 결정지을 3대 관건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 가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우선 코로나 확산세는 무섭습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28일에도 신규 환자가 7만8981명이 나왔습니다. 지난 23, 24일의 8만3731명, 8만3701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입원자, 사망자도 덩달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테네시주 등에선 신규 사망자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아마 몇 주 내에 하루 10만 명 감염을 넘길 것이다. 모든 주가 제때 보고한다면 이번 주에도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이 희망이지만 미 제약사 머크의 켄 프레이지어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출연해 "치료제나 백신이 팬데믹의 묘책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를 위한 임상 마지막 단계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내년 중반까지 백신이 폭넓게 보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2021년까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코로나가 재창궐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기존과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부양책의 경우 대선 결과에 달려있습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쟁점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긴 뒤 협상을 빨리 타결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몽니를 부릴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 펠로시는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자신한다. 연내 부양책 협상을 타결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내가 이기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인 만큼 대선이 끝나자마자 매우 큰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부양책은 이번 선거 결과의 종속변수인 셈입니다.
결국 대선 결과가 중요합니다. 세 가지 관건 중 가장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트럼프가 불복할 경우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의외로 빨리 결과가 나와 싱겁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초반부터 표 차이가 벌어지고, 한 후보가 경합주를 휩쓴다면 말이죠.
이 대선 결과를 가장 빨리, 쉽게 알 수 있는 관전법 치트키를 알려드립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지저스 공공정책 애널리스트가 29일 공개한 관전법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는 3일 밤(한국 시간 4일 아침)은 매우 혼란스러울 겁니다. 개표가 늦어질 수도 있는 우편투표가 기록적으로 증가한 상태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주목할 곳은 스윙스테이츠, 경합주 6곳입니다. 북부 '러스트벨트'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입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이들 주에서 근소하게 이겨 101명의 선거인단을 휩쓸며 승리 원동력이 됐던 곳들이죠.
당시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중 306명을 확보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232명)보다 74명 더 많았습니다. 다른 주의 개표 결과가 4년 전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바이든 후보가 이들 6개 주에서 38명을 뺏어오면 '매직넘버' 270명을 채워 당선될 수 있습니다.
현재 미시간(선거인단 16명), 위스콘신(10명)에선 바이든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면 12명만 더 확보하면 됩니다. 애리조나(11명)에서도 살짝 앞서고 있지만 선거인단이 11명에 그칩니다.
결국 나머지 플로리다(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등 3개 경합주에서 반드시 하나 이상 승리를 거둬야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트럼프 입장에서 대통령직을 수성하려면 이들 3개주를 모두 승리해야하겠지요. 지금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이 트럼프보다 높게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이들 3개 주에선 치열한 오차범위내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펜실베이니아는 바이든이 유리한 형국이고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는 박빙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바뀌긴 하지만요.
특히 3일 밤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를 지켜보는 게 개표의 핵심입니다. 이 두 주는 도착한 우편투표를 이미 개표해 집계하고 있는 주입니다. 플로리다는 내보낸 우편투표의 65%가 벌써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도 56%가 돌아왔습니다.
이 두 주 모두 오는 3일 투표 종료 직후 결과를 신속히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이 결과를 보면 대선 결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선거인단 29명의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다른 경합주 투표를 계속 더 지켜봐야합니다. 만약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패배하면 거의 확실히 대통령직을 잃을 것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것이란 전조일 수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거나 접전을 펼친다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처럼 개표가 느리게 진행되는 나머지 경합주의 개표 결과를 기다려야합니다.
이들 주는 선거일 개표가 시작되어야 우편투표 개표도 시작할 수 있는 주입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3일자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지를 대선일 사흘 뒤까지 받습니다. 즉 선거 결과를 알기에는 며칠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다려야할 경우 투자자들은 뭘 참고하면 좋을까요. 미 국채 수익률이 좋은 지표가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 확률이 높을 경우 국채 금리는 뛸 수 있습니다. 재정 적자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접전이 이뤄진다면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은 정체될 수 있습니다. 이는 양당으로 분할된 정부와 의회, 적은 재정 지출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향후 증시에는 별로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는 겁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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