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상 인구 50만 명이 넘는 도시는 경기 수원(119만 명) 고양(108만 명) 용인(108만 명) 등 총 16곳이다. 이 중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는 경기 성남(94만 명), 화성(85만 명) 등 12곳, 100만 명 이상은 4곳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들은 ‘특례시’라는 명칭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본 자격을 갖추게 된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얻게 될 구체적인 혜택은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행안부는 우선 법안을 통과시킨 뒤 관계 법령에서 해당 내용을 다시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특례시 지정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재정 특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특례시 지정 시 취득세와 등록세 등 광역자치단체가 거두던 지방세의 일부를 특례시가 받아 자체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취득세를 특례시세로 전환할 경우 경기도 내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10곳이 추가로 가져가는 세수는 3조15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과 김해는 경남으로부터 4555억원, 천안은 충남으로부터 2888억원을 더 가져오게 된다. 반면 경기지역 나머지 21개 시·군이 가져가는 세수는 704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특례시 지정에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재정 특례 부여에 따라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하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전북지사)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뉴딜전략회의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 특례시 조항을 삭제 또는 분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19일 국정감사에서 “특례시라는 일종의 계급을 부여하는 데 반대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시·군·구에 행정 특례를 주는 것은 찬성하지만 지방 재정에 손을 대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곳은 더 가난해진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례시 지정을 두고 논란이 잇따르는 이유는 결국 세수 때문”이라며 “‘지방 자치 강화’라는 구호를 외치기 전에 세수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방 소도시에 재정 확보책을 마련해주는 등 세심한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