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충전되는 동안 국수를 한 그릇 먹고 커피를 마신다. 주유소 내 쇼핑몰에서 셔츠를 고른 뒤, 드론을 이용해 택배를 부치고 나오니 세차에 정비까지 모두 끝나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그리는 ‘미래형 주유소’의 모습이다.
허 사장은 뉴 모빌리티(이동수단) 시대를 맞아 주유 세차 정비 등 전통적인 서비스로는 더 이상 주유소의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은 물론, 리테일 물류 등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충전 공간으로 변화시키기로 하고 이를 ‘에너지플러스 허브’라고 명명했다.
허 사장은 이날 착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커팅한 뒤 새 사업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GS칼텍스 주유소에서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주유소에는 전기차 충전소와 함께 공유 사무실, 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4층 공간은 서울로 고가공원과 연결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녹지가 13층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루프톱에는 ‘하늘정원’을 조성한다.
GS칼텍스는 ‘에너지플러스 서울로’를 시작으로 도심형 주유소를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석유제품은 그대로 팔면서 부동산으로서의 상업적 가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H강동수소충전소lGS칼텍스’를 열면서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휘발유·경유 주유와 LPG·전기·수소 충전 등 모든 연료 공급이 가능한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선보이는 등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라임 등과 손잡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 시연행사를 열고 GS칼텍스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주유소는 물류 차량의 진입이 쉽고 전국에 분포돼 있어 물류 거점화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는 드론 배송 외에도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9월 전국 70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임차료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어 수익성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허 사장은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지는 주유소를 전기·수소차 인프라의 거점으로 빠르게 변화시켜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충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GS칼텍스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46기의 100㎾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까지 이를 160기로 늘릴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전기차 공유서비스 등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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