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뒷걸음질 치던 주요 경제지표가 반등한 건 반가운 일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9% 성장했고, 9월 생산·소비·투자는 석 달 만에 다시 ‘트리플 증가’에 성공했다. 코로나 2차 확산 국면에서 국민이 희생을 감수하고 방역에 동참해 일군 성과여서 더 뜻깊다.
하지만 일시 개선을 놓고 정부가 엄청난 성과를 낸 양 자랑하는 낙관편향이 오히려 경제에 독(毒)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해외 코로나 재유행,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아예 손놓은 구조개혁 등을 냉철하게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 하루 코로나 확진자수가 50만 명을 넘어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이 다시 경제봉쇄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경제가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를 넘는다”(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분기 반등을 이끈 수출이 4분기에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분기 깜짝 성장의 주요인은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3%이고, 악재도 수두룩하다. 정부와 달리 한국은행이 신중론을 펴는 이유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33.1%(연율 기준)에 달한 것도 73년 만에 최악인 2분기 성적과 비교한 기저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위기 속에 어떻게 경제체질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구조개혁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경제 활력을 높일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집단소송제, 노동이사제 같은 ‘기업 옥죄기’에만 혈안이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빌미로 ‘확장 재정’만 외치니, “미래를 위한 골든타임을 전속력으로 낭비 중”(윤희숙 의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불안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유의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단기지표 반등에 고무돼 자화자찬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위기 극복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미 고장난 경제정책을 과감히 전환하는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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