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말과 일, 활동 하나 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니 조심스럽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사무실에서 열린 ‘영리해·소셜임팩트 포럼’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가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의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그가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 모임 ‘소셜임팩트 포럼’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전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타진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김 전 부총리 초청 강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정치에 대한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유쾌한 반란’은 ‘말이 아닌 실천’을 모토로 하는 작은 비영리 법인”이라며 “사단법인 활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달 27일 다산 정약용 선생이 첫 유배 생활을 한 전남 강진 사의재(四宜齋)를 찾아 남긴 ‘다산 선생과 국가의 앞날을 생각합니다’는 글이 정계 진출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확대 해석을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 전 부총리가 전남 동부 지역을 다녀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전남 동부 몇 곳을 갔습니다. 늘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첫 일정으로 지난 5월 우리원 농장 방문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벌교에 갔습니다. 당시 청년농부들과의 대화, 모내기를 하면서 가을 추수 때 다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봄에는 초록, 이번에는 온통 노랑의 물결이었습니다. 어느 물감으로 이런 색을 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서툴지만 낫으로 벼 베기도 하고 콤바인도 몰았습니다. 이어서 영주, 무안, 장성, 보성 등지에서 온 청년농부들과 농업혁신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봄에 이어 다시들 보니 더 두터운 정과 신뢰가 생겼습니다.
저녁에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여수 안포어촌계를 갔습니다. 120가구, 주민 312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입니다. 늦은 밤 어선을 타고 밤바다로 나갔습니다. 2시간 여 작업을 하며 요새 한창인 ‘가을 전어’를 그물로 잡았습니다. 제법 잡히는 전어를 보니 힘든 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하루 체험이니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매일같이 이 일을 하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 분들은 따뜻하고 정겨웠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 힘든 상황과 애로를 이야기하는 언어는 참 절실해서 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강진이었습니다. 8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전남생명과학고(구 강진농고)를 방문해 교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학생들이 똑똑하고 씩씩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 좋은 인재들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할 때입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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