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3%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하루에도 여러 주(州)를 누비는 광폭 행보로 백인 보수층 표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31일에도 펜실베이니아에서만 4곳을 찾아 연설했다. 바이든은 과거 러닝메이트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인근 경합주인 미시간주 2곳에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과 오바마가 공동 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의 첫 유세지인 벅스카운티 뉴타운에서 바이든을 ‘사회주의 좌파’라고 비난하며 “그가 당선되면 블루칼라 일자리를 줄이고 세금을 올려 중산층을 파괴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핵심 산업인 석유산업을 망가뜨릴 사람을 선택해선 안 된다”고 했다. 리딩 공항에서 열린 두 번째 연설에선 “민주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코로나19 유행을 과장하고 있다”며 바이든이 집권하면 영구적 경제 봉쇄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자동차 집회에서 “트럼프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와 안전, 건강보험이 위험에 처했다”며 “이제 혼돈과 분노, 증오, 실패, 무책임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위험에서 미국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은 한 번의 임기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0.7%포인트, 미시간에서 0.23%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제쳤지만 올해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다. 바이든은 4년 전 민주당이 이겼던 지역을 또 이기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 북부 러스트벨트를 탈환하면 ‘박빙’의 플로리다 승패에 상관없이 당선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입장에서 플로리다와 함께 펜실베이니아를 놓칠 경우 재선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트럼프가 승리하기 전까지 1992년 이후 20년간 공화당 후보가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바이든은 전국 단위로 51.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43.5%)를 7.8%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6개 경합주에선 격차가 3.1%포인트에 불과했다.
오바마는 “트럼프는 누군가 대가 없이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 이상의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멜라니아는 위스콘신주 웨스트밴드를 찾아 “민주당원은 미국의 단합보다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해 언론과 협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집회에 잘 나타나지 않던 멜라니아는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백신의 잠재적 효능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데 부끄러운 일”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지만 민주당은 부양책 서명을 거부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이기적이고 정치적으로 부패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물(swamp) 정치인을 구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는 빈말이나 약속 위반이 아니라 검증된 결과를 보여주는 대통령”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렵고 인기 없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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