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창립 46년 만에 사내 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 체제로 바뀐다.
기존 전력 사업부와 공장 자동화 사업부를 각각 CIC로 승격하고, 경영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LS일렉트릭은 연말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는 CIC 체제로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사진)의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 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전력과 자동화 사업을 사내에서 분리 운영해 각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S일렉트릭은 사업부장이던 박용상 사장과 권봉현 전무를 각각 전력 CIC와 자동화 CIC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하는 인사를 지난달 했다.
LS일렉트릭의 조직 개편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전력 및 자동화 사업부의 성장성은 최근 정체되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임직원 메시지에서 “본질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이 성장을 지연시킨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배전 시장이 열리면서 전력 사업이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공장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각 사업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일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판단이다.
이번 조직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두 CIC의 ‘돈주머니’를 따로 관리해 자금을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업 예산과 투자 재원도 분리해 운영한다. LS일렉트릭은 이를 위해 각 CIC의 자산, 부채 등 회계 계정을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구 회장은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사업 기회에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 속도도 빨라진다. 전사 차원이 아니라 CIC 내에서만 의사결정이 끝나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업회의, 사업계획보고 등도 별도로 이뤄진다. 각 CIC는 또 독자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다.
구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통 제조 기업에서 애자일 문화를 갖춘 디지털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산전’이란 사명을 버리고 LS일렉트릭으로 바꾼 배경이다. 서울 용산 LS타워에는 카페 분위기로 꾸민 스마트 오피스도 구축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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