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삼성전자),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체제 구축 및 수출(현대자동차),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 사업 인수(SK하이닉스)….
국내 대기업들이 일군 성과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초일류’ 상품 및 기술을 내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품질과 기술에 대한 집착, 과감한 변화와 혁신 등 국내 기업인들의 경영이 빛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제까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 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반도체는 TV와 라디오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회로조차 만들기 버거운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정보사회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우리 민족의 재주와 특성에 딱 맞는다”며 이 창업주와 임원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1987년에는 D램 제작 방식으로 ‘스택(칩을 위로 쌓는 방식)’을 도입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45년 뒤인 현재 삼성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는 글로벌 2위에 올랐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휴대폰 사업에서도 이 회장의 ‘초일류’ 유산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경북 구미사업장에 불량 휴대폰 500억원어치를 모아두고 불태웠다. 불량률이 11.8%에 달했던 삼성 핸드폰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다짐이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배경엔 이 회장 때부터 내려온 ‘품질 경영’의 전통이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글로벌 수소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 북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소전기 트럭을 수출하기 위해 내년까지 연간 최대 2000대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하면서 비(非)자동차 부문에도 진출했다.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와 손잡고 비상 전력 공급 및 친환경 이동형 발전기를 만들 예정이다.
LG전자는 ‘스팀 가전’ 라인업을 적극 강화하며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건강·위생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100도까지 물을 끓이는 LG전자만의 방식으로 미세한 수분 입자를 만들어 의류, 식기 등을 구석구석 세척할 수 있다. 올 3분기에는 생활가전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9590억원)을 기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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